사막 / 김창균 사진<松風愁殺人>님의 블로그에서 사막 / 김창균 한통 물을 이고 내일이면 또 한 여자가 알몸으로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로 오겠다 그 여자는 흔적을 남기지 않으므로 또 다른 흔적이 되겠다 유려한 몸으로 한밤에 몸을 딛고 가는 사람아 ?이 뜨는 밤은 참으로 많이 이름들이 왔다 가는구나 여기서 .. 문예지발표작 2008.01.12
시월의 플랫 / 김이강 사진<그리니의 꿈>님의 블로그에서 시월의 플랫 / 김이강 바그다드 카페의 흑인 남자가 연주하던 바흐의 곡이 머릿속에서 넓은 하 늘로 울리는 저녁 서쪽 하늘엔 어김없이 노을이 지고 옥타비오 빠스의 시 몇 편 소리 내어 읽는 저녁 시린 발을 잡고 진한 커피를 마시는 저녁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 문예지발표작 2008.01.07
고인돌 / 염창권 사진<마음이 꽃이라면 말은 향기이겠지요>님의 블로그에서 고인돌 / 염창권 죽음이 너무 가벼워서 날아가지 않게 하려고 돌로 눌러 두었다 그의 귀가 너무 밝아 들억새 서것이는 소리까지 뼈에 사무칠 것이므로 편안한 잠이 들도록 돌 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그대 기다리며 천년.. 문예지발표작 2008.01.06
얼굴이 얼굴을 빠져나간다 / 이원 사진<좋은 글과 좋은 음악이 있는곳>님의 카페에서 얼굴이 얼굴을 빠져나간다 / 이원 얼굴은 벼랑인데 얼굴에서 얼굴이 빠져나가 얼굴은 비명인데 빠져나가는 얼 굴은 얼굴에 그대로 있어 붙잡는 목소리를 흐느끼는 손을 얼굴은 알았겠지 목소리는 손은 물컹한데 스밀 수 없었던 것은 얼굴이 차.. 문예지발표작 2007.12.30
한밤의 비닐봉지 / 이원 사진<태국음악매니아>님의 카페에서 한밤의 비닐봉지 / 이원 색색의 불빛들이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비닐봉지 안으로 파고든다 젖 떨어지 지 않은 새끼들처럼 낑낑거린다 몸 밖으로 나온 자궁인지도 모르고 속히 환 히 비치는 비닐봉지 안을 핥는다 혼 혈의 새끼들을 가진 어미처럼 비닐봉지 안이.. 문예지발표작 2007.12.30
반성 743 / 김영승 사진<프로방스집꾸미기>님의 카페에서 반성 743 / 김영승 키 작은 선풍기 그 건반 같은 하얀 스위치를 나는 그냥 발로 눌러끈다 그러다 보니 어느날 문득 선풍기의 자존심을 무척 상하게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나는 선풍기한테 미안했고 괴로웠다 --너무나 착한 짐승의 앞이빨 같.. 문예지발표작 2007.12.17
아름다운 폐인 / 김영승 사진<아름다운 발자취>님의 카페에서 아름다운 폐인 / 김영승 나는 폐인입니다 세상이 아직 좋아서 나 같은 놈을 살게 내버려 둡니다 착하디 착한 나는 오히려 너무나 뛰어나기에 못미치는 나를 그 놀랍도록 아름다은 나를 그리하여 온통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나를 살아가게 합니다 나는 늘 아름.. 문예지발표작 2007.12.17
노래 / 엄원태 사진<사위카>님의 카페에서 노래 / 엄원태 가설 식당 그늘 늙은 개가 하는 일은 온종일 무명 여가수의 흘러간 유행가를 듣는 일 턱까지 땅에 대고 엎드려 가만히 듣고 심심한 듯 벌렁 드러누워 멀뚱멀뚱 듣는다 곡조의 애잔함 부스스 빠진 털에 다 배였다 희끗한 촉모 몇 올까지 마냥 젖었다 진작 .. 문예지발표작 2007.12.12
흰 종이라는 유령 / 유홍준 사진<세월붕어>님의 블로그에서 흰 종이라는 유령 / 유홍준 흰 종이를 만드는 제지공들은 눈이 쉬 나빠진다, 시력이 쉬 간다 흰것- 유령처럼 흰 것을 너무 많이 보고 살았기 때문 그러므로 무색무미무취 제지공들의 삶은 무늬가 없다, 그림자가 없다, 화면도 자막도 없는 스크린이다 묻는다, 누가 .. 문예지발표작 2007.11.29
운명 / 김혜옥 사진<미디어다음>뉴스에서 운명 / 김혜옥 어디선 가 본 듯한 눈빛이 내 어깨를 툭 치던 날 저 나무는 꼼짝없이 강물에 끼었다 바람이 강물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무의 몸에서 어린 잎새들이 칭얼칭얼 떨어져 내렸다 옷깃에 걸린 지퍼처럼 앞으로 갈 수도 뒤로 갈 수도 없던 날 상류에서 강폭을.. 문예지발표작 2007.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