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 이윤학 사진 <운암동 >님의 블로그에서 발자국 / 이윤학 다섯 발가락 일곱 발가락씩 찍힌 새 발자국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단풍나무 이파리를 보면 새 발자국이 생각난다 새 발의 피가 생각난다 아파트 화단에 옮겨진 단풍나무는 새 발자국을 남겨놓고 어디론가 떠나간 게 분명하다 단풍나무에게는 움켜.. 문예지발표작 2008.01.31
지하철 농법 / 손택수 사진<조경애>님의 블로그에서 지하철 농법 / 손택수 밭 아래로 지하철이 지나간다 밭을 매고 있으면 두두두두 수천 마리 두더지 떼가 몰려온듯 지진이 인다 소작을 준 주인 장씨는 복토를 하다 삽날에 철근 부딪는 소리가 나자 덜컥 겁을 집어먹고 그냥 땅을 덮어버렸고, 우리 밭의 상일꾼인 지렁.. 문예지발표작 2008.01.31
꽃 진 자리 / 朴후기 사진<야생화-가평사과>님의 블로그에서 꽃 진 자리 / 朴후기 사과나무에겐 꽃 핀 자리가 똥구멍이다 꽃 필 무렵 사과나무는 온몸이 항문이다 꽃잎을 버림으로써 몸을 여는 항문의 개화기를 지나면 똥 덩어리 같은 사과 한 알 비로소 가지 끝에 매달린다 흉부에 꽂힌 가느다란 꼭지, 식도 뚫은 튜브.. 문예지발표작 2008.01.31
인피제본책(人皮製本冊) /차주일 사진<Daum신지식>에서 인피제본책(人皮製本冊) / 차주일 어둠에 말뚝을 박는 소리 들린다 누가 죽음을 당겨다 제 生에 박는 중인가 마음의 무게로 내려치지 않으면 새겨지지 않는 어둠에 정을 쳐 유필을 새기는 이 누구인가 여명이 소쩍새와 뭇 울음을 쫓아낸 골짜기, 돌아가지 못한 어둠의 무게에 .. 문예지발표작 2008.01.29
다시 애월에 와서 / 이정환 사진<맨도롱하게살아남기>님의 블로그에서 다시 애월에 와서 / 이정환 모든 사랑은 애월로부터 비롯되어 바다에 다다라 일만의 파도가 된다 한번도 아파해 않는 부딪침을 보아라 꺾이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우격다짐으로 바위섬을 내쫓지도 않는다 발길을 붙드는 애월 타는 노을을 보아라.. 문예지발표작 2008.01.24
애월의 바다 / 이정환 사진<맨도롱하게살아남기>님의 블로그에서 애월의 바다 / 이정환 사랑을 아는 바다에 노을이 지고 있다 애월, 하고 부르면 명치 끝이 저린 저녁 노을은 하고 싶은 말들 다 풀어놓고 있다 누군가에게 문득 긴 편지를 쓰고 싶다 벼랑과 먼 파도와 수평선이 이끌고 온 그 말을 다 받아 담은 편지를 전.. 문예지발표작 2008.01.24
물의 결가부좌 / 이문재 사진<서상우와 한국화>님의 블로그에서 [제7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 / 동학사 2007. 12] 물의 결가부좌 / 이문재 거기 연못있느냐 천개의 달이 빠져도 꿈쩍 않는, 천 개의 달이 빠져 나와도 끄떡 않는 고요하고 깊고 오랜 고임이 거기 아직도 있으냐 오늘도 거기 앉아서 연의 씨앗을 연꽃이게 하고, 밤.. 문예지발표작 2008.01.19
목련부처 / 장석주 사진<마음에 고향>님의 블로그에서 목련부처 / 장석주 겨우내 주린 뱀에게 개구리가 제 몸을 통째로 바친다 온몸으로 공양의 禮를 치르는 장엄 현장에 목련 한 그루 서 있다. 감각의 묵은 가지마다 희고 뽀얀 젖들이 눈부시다. 주린 입들에게 젖을 물린다. 도처에 生佛이다. 시집 : 2007년 12월『절벽.. 문예지발표작 2008.01.18
건달의 슬픔 /고 영 사진<그대... 오늘은 더욱 사랑스럽습니다>님의 블로그에서 건달의 슬픔 / 고영 술꼭지가 돌아 들어온 날 아침 그녀가 식탁에 앉아 햇양파를 까며 운다 아침 햇살이 맵다 그녀의 눈빛이 너무 맵다 저렇듯 눈빛이 매운 날은 시원한 냉수 한 잔도 간밤의 소주처럼 쓰고 맵다 경험에 의하면 그녀는 지.. 문예지발표작 2008.01.18
푸른 신호등 아래서 아트라스 산맥을 생각한다 / 김창균 사진<걷기다이어트>님의 카페에서 푸른 신호등 아래서 아틀라스 산맥을 생각한다 / 김창균 사랑을 하러 나는 여기까지 왔다. 올리브 푸른 열매의 미래를 잊고 자신을 망친 소시민들이 쌓아 올린 사원의 눈물도 잊고 단지 눈물 한방울처럼 맑은 꽃들 애잔한 허리를 앉아보러 여기에 왔다. 어린 양.. 문예지발표작 2008.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