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꽃 진 자리 / 朴후기

자크라캉 2008. 1. 31. 13:41

 

 

사진<야생화-가평사과>님의 블로그에서

 

 

 / 朴후기

 

 

사과나무에겐 자리가 똥구멍이다

무렵

사과나무는 온몸이 항문이다

꽃잎을 버림으로써

몸을 여는 항문의 개화기를 지나면

덩어리 같은 사과

비로소 가지 끝에 매달린다

흉부에 꽂힌 가느다란 꼭지,

식도 뚫은 튜브 통해 양분 받으며

여름내 있는 다해 괄약근을 조인다

늘어진 살가죽 안으로 끌어당기느라

얼굴 점점 붉어지고,

사과에겐 자리가 똥구멍이다

자리에 유난히

주름이 많은 것은

전생이 한꺼번에 쏟아질까

항문에 힘주기 때문이다

사과 노인 병상,

어머니 관장 하신다

 

 

2007<작가세계>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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