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발자국 / 이윤학

자크라캉 2008. 1. 31. 13:44

 

사진 <운암동 >님의 블로그에서

 

자국 / 이윤학

 

 

다섯 발가락 일곱 발가락씩 찍힌

새 발자국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단풍나무 이파리를 보면

새 발자국이 생각난다

새 발의 피가 생각난다

 

아파트 화단에 옮겨진 단풍나무는

새 발자국을 남겨놓고

어디론가 떠나간 게 분명하다

 

단풍나무에게는

움켜쥔 새 발가락이 너무나도 많다

단풍나무는

이 겨울이 가고 새봄이 올 때까지

무수히 발가락을 움켜쥐고 날아오른 새 떼다

 

단풍나무는

겨울을 나러 가는 새 떼다

겨울을 나러 오는 새 떼다

 

그 자리를 뜨지 못하는 단풍나무

움켜쥔 새 발가락을 가지고

다시 새 발자국이 돋을 때까지......

 

 

2007년<작가세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