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경애>님의 블로그에서
지하철 농법 / 손택수
밭 아래로 지하철이 지나간다
밭을 매고 있으면 두두두두
수천 마리 두더지 떼가 몰려온듯
지진이 인다
소작을 준 주인 장씨는
복토를 하다 삽날에 철근 부딪는 소리가 나자
덜컥 겁을 집어먹고 그냥 땅을 덮어버렸고,
우리 밭의 상일꾼인 지렁이는 지난밤
지하철 천장까지 내려갔다가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방울토마토 뿌리로 다시 돌아왔다
삽을 씻고 호미를 씻고
지하철을 타고 귀가할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내 머리 위의 뒤틀어진 뿌리들,
돌을 움켜쥐듯 내 머리통을 꽈악 움켜쥐고
땅을 일구고 있는 뿌리들
지하철이 요람을 흔들며 지나간다
경기처럼 꿈틀대는 뿌리들 생각으로
환하게 불 켠 눈에 실뿌리 핏발이 서고
지하철 소리 자장가 삼아 들깻잎 푸르러간다
2007<작가세계>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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