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최문자 사진<혜원사>님의 카페에서 뿌리 / 최문자 최초의 주인에게 들었습니다 처음엔 나도 흐느끼는 허공이었다는 것 수줍고 창백한 흙이었다는 것 나무로부터 따먹고 한 반성의 뜻으로 허벅지를 무화과 잎으로 가리고부터 하녀가 될 때까지 발을 씻기는 그의 손으로 또 다시 산자의 흙으.. 문예지발표작 2012.06.13
이월 殘雪잔설 / 이유경 사진<인천무지개 산악회>님의 카페에서 이월 殘雪잔설 이유경 이월 잔설이 큰길가에서 먼지 덮어쓰고 쌓여 있다 저들이 엮어낼 것이 또 무엇 있겠느냐 해빙의 땅바닥에다 찬물 찔끔거리거나 봄날아침 풀잎 위에 이슬 한 방울로 승천해 있다가 속절없이 말라버리는 일 말고는 노숙하.. 문예지발표작 2012.06.11
격장隔獎 -이병일 사진<Bule Gull>님의 블로그에서 격장隔獎 이병일 작은 돌, 큰 돌, 옆구리가 깨진 돌, 대가리 날카로운 돌 모아 담장을 쌓아올린다. 황토와 짚을 잘 섞어서 두 집 사이에 돌 울타리를, 매화나무와 감나무의 경계선을 후회도 없이 쌓아올린다. 나는 큼지막한 돌덩이를 양손으로 옮긴다.. 문예지발표작 2012.06.11
꽃 핀 나무 아래 -주원익 사진<들꽃과 별이 내리는 작은 방>님의 카페에서 꽃 핀 나무 아래 주원익 우리가 마지막으로 내뱉어야 했던 관념의 오물들이 관념으로 뒹굴고 있다 흰 빛, 부러진 나뭇가지 사이로 그것은 때때로 달아나고 미소 짓고 불을 가져온다 강물은 낮을 가로지르고 밤을 위해 잠들었다 돌무.. 문예지발표작 2012.06.11
나는 이동 중이다 / 권현형 사진 <강동언 作 '추억'. ⓒ제주의소리>에서 나는 이동 중이다 / 권현형 나는 자주 짐을 싸고 가방과 함께 입을 닫는다 다른 방법이 없다 목소리가 늙어가고 있으므로 어떤 사태에도 직면하지 않은 자들은 평화로운 자들은 평화를 가장한 자들은 섬광처럼 만났다 헤어진다 아픔을 느.. 문예지발표작 2012.06.11
아내 /공광규 사진<즐거운 나의 집>님의 불로그에서 아내 / 공광규 아내를 들어 올리는데 마른 풀단처럼 가볍다 수컷인 내가 여기저기 사냥터로 끌고 다녔고 새끼 두 마리가 몸을 찢고 나와 꿰맨 적이 있다 먹이를 구하다가 지치고 병든 컹컹 우는 암사자를 업고 병원으로 뛰는데 누가 속을 파먹었는지 헌 가죽.. 문예지발표작 2011.06.23
혈육의 궤도/한세정 사진<자유의 느낌 cafe.daum.net/ohjau>에서 혈육의 궤도 / 한세정 기어이 되돌아오는 스프링 탄성을 믿으며 우리는 기꺼이 앉은뱅이가 되었다 언제나 멀리 달아나는 것들만 그리워졌다 아빠의 반질한 구두코 사라진 앞니 매일 엄마의 얼굴로 인형의 눈을 그려주고 해가 저물도록 배를 쓸어주었다 저벅.. 문예지발표작 2011.06.04
빨강이 없으면 사과는 어떻게 익나 / 이영식 사진<예쁜여우>님의 블로그에서 갭쳐 빨강이 없으면 사과는 어떻게 익나 / 이영식 쫙— 홍로사과 한 개 쪼개본다 검은 눈알이 핵심에 박혀 있다 발화를 꿈꾸는 심지 같다 사과나무는 뿌리에 불을 붙이고 산다 가지, 이파리에 내리사랑 지피고 정념의 하루하루 초록에서 빨강으로 새끼사과들을 밀.. 문예지발표작 2011.04.08
얼굴 / 마경덕 사진<다음 중고 다파라> 검색어에서 얼굴 / 마경덕 심벌이 불거진 근육질 남자, 브래지어 팬티 한 장 걸친 미끈한 여자, 버젓이 대로변에 서있는 목 잘린 속옷가게 마네킹들 죄짓고 싶었네 뻔뻔하고 싶었네 많은 사람에게 면목 없고 싶었네 저런, 쳐 죽일, 배터지게 욕먹고 싶었네 목 위에 얼굴만 .. 문예지발표작 2011.03.08
목동 / 심지아 사진<나무를 찾아서 나를 찾아서>님의 카페에서 캡처 목동 / 심지아 염소 무리 속에 앉아 풍경이 흔들리는 것을 바라본다. 염소 무리는 낮고 부드러운 능선처럼 이동했으므로 우리의 눈은 한없이 길고 얇은 바람의 손가락처럼 허공을 이루는 투명한 실오라기들을 건드린다. 신이 실수로 놓친 털 .. 문예지발표작 2011.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