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꽃 핀 나무 아래 -주원익

자크라캉 2012. 6. 11. 11:55

 

                         사진<들꽃과 별이 내리는 작은 방>님의 카페에서

 

 

 

핀 나무 아래

 

 


주원익



우리가 마지막으로 내뱉어야 했던


관념의 오물들이 관념으로 뒹굴고 있다


흰 빛, 부러진 나뭇가지 사이로


그것은 때때로 달아나고 미소 짓고 불을 가져온다


강물은 낮을 가로지르고 밤을 위해 잠들었다


돌무더기를 끌고 발자국을 지우며 물소리


들리지 않는 그곳으로 우리는 쓰러져야 했다


쓰여져야 한다 버려진 문장들은 구름의 뼈를 부수고


세상의 빈약한 나뭇가지를 부여잡을 것이다


들판을 거닐다가 굶주린 갈까마귀처럼


우리가 마지막으로 더럽혀야 했던 오지에서


꽃 핀 나무들이 자라나고 흰 빛,


헤매고 충돌하는 유령의 관념들아


우리가 처음 버려져야 했던 우리처럼 떨어진다,


그곳으로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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