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강동언 作 '추억'. ⓒ제주의소리>에서
나는 이동 중이다 / 권현형
나는 자주 짐을 싸고 가방과 함께 입을 닫는다
다른 방법이 없다
목소리가 늙어가고 있으므로
어떤 사태에도 직면하지 않은 자들은
평화로운 자들은 평화를 가장한 자들은
섬광처럼 만났다 헤어진다 아픔을 느끼지 않는 섬모로
식어가는 뺨을 이마를 밀착시킨다고 해도
우리는 보기보다 멀리서 흘러왔다
홍수, 쓰나미, 임시대피소, 카펫 위 장미
한 단면을 잘라 집중적으로 직관적으로 누구라 말할 수 없다
속도와 거리와 높이는 고통을
종이로 보이게 하는 힘이 있다
병에 든 소주는 왜 푸른 바다로 보이는 걸까
바다는 왜 병에 든 소주로 보이는 걸까
햇빛의 각도에 따라 내 눈은 깊은 우울이 되기도 하고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백서白書로 보이기도 할 것이다
'문예지발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격장隔獎 -이병일 (0) | 2012.06.11 |
---|---|
꽃 핀 나무 아래 -주원익 (0) | 2012.06.11 |
아내 /공광규 (0) | 2011.06.23 |
혈육의 궤도/한세정 (0) | 2011.06.04 |
빨강이 없으면 사과는 어떻게 익나 / 이영식 (0) | 2011.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