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유의 느낌 cafe.daum.net/ohjau>에서
혈육의 궤도 / 한세정
기어이 되돌아오는
스프링 탄성을 믿으며
우리는 기꺼이 앉은뱅이가 되었다
언제나 멀리 달아나는 것들만 그리워졌다
아빠의 반질한 구두코
사라진 앞니
매일 엄마의 얼굴로
인형의 눈을 그려주고
해가 저물도록 배를 쓸어주었다
저벅저벅 문고리를 틀고
괴물이 찾아올 것이다
겁에 질린 공주의 눈망울을 닮기 위해
언니와 나는 눈을 감았다
눈을 뜨면
황금마차가 문 앞에 서 있기를
마법이 풀린 왕자가 우릴 단번에 알아보기를
캄캄한 이불 속에서 깍지 낀 손가락을 파닥거렸다
그림책 같은 풍경 속으로
언니가 탄 비행기가 날아갔다
파란 눈의 형부와 언니가 낳은
조카의 눈동자와 머리칼이 새까맸다
일곱 살 난 조카의 앞니가 빠졌다
팔꿈치와 무릎에 쌓여가는 등고선이
단단한 화석이 될 때까지
아무도 이탈하지 말 것
누군가의 몸을 데운 피가
내 몸을 지나고 있다
걷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손 끝에 힘을 모은다
-2011, 「현대문학」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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