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격장隔獎 -이병일

자크라캉 2012. 6. 11. 12:04

 

사진<Bule Gull>님의 블로그에서

 

 

隔獎 

 

                       

  이병일



  작은 돌, 큰 돌, 옆구리가 깨진 돌, 대가리 날카로운 돌 모아 담장을 쌓아올린다. 황토와 짚을 잘 섞어서 두 집 사이에 돌 울타리를, 매화나무와 감나무의 경계선을 후회도 없이 쌓아올린다. 나는 큼지막한 돌덩이를 양손으로 옮긴다. 감나무 그늘로 옮긴다. 저만치 매화나무 꽃눈이 지켜봐도 돌풍과 작달비에 끄떡없는 돌담을 쌓는다.


  오늘 나는 담장을 쌓아올리며 겨우내 잠자던 어깨 근육을 흔들어 깨웠다. 돌덩이 하나 놓고 수박만 한 태양을 놓는다. 돌덩이 하나 놓고 굴참나무숲 그림자를 놓는다. 곰곰이 바람의 각도와 수평을 맞추고 또 다시 돌덩이와 재미없는 한낮의 하품을 마저 놓는다. 그때 나는 줄곧 이 담장타기를 좋아하는 장미나 능소화의 유쾌한 질주를 생각한다.


  나는 자명하게도 담장을 쌓는 일에 끝없는 동작으로 있는 힘을 탕진 중이다. 누가 또 돌담을 쌓아 격장을 만드는가, 그러나 나는 돌담처럼 맑디맑게 정다울 것이다.

 

 

 

 

 

'문예지발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뿌리 /최문자  (0) 2012.06.13
이월 殘雪잔설 / 이유경  (0) 2012.06.11
꽃 핀 나무 아래 -주원익  (0) 2012.06.11
나는 이동 중이다 / 권현형  (0) 2012.06.11
아내 /공광규  (0) 2011.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