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혜원사>님의 카페에서
뿌리 / 최문자
최초의 주인에게 들었습니다
처음엔
나도 흐느끼는 허공이었다는 것
수줍고 창백한 흙이었다는 것
나무로부터 따먹고
한 반성의 뜻으로
허벅지를 무화과 잎으로 가리고부터
하녀가 될 때까지 발을 씻기는 그의 손으로
또 다시 산자의 흙으로 섰다는 것
최초의 주인에게 들었습니다
참회는 뿌리가 흐느낀 흔적이라는 것
찍힌 점까지도
흐느낌의 연대기를 묻겠다는 것
별빛과 바람과 돌 속에
뿌리의 모든 무덤이 있다는 것
느린 참회를 푸르게 알아듣는
최초의 주인에게 들었습니다
눈에 띄지 말라고
모든 죄의 뿌리를 흙 속에다 그려주었다는 걸
<시인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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