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뿌리 /최문자

자크라캉 2012. 6. 13. 22:26

 

사진<혜원사>님의 카페에서

 

 

 / 최문자



 

 

최초의 주인에게 들었습니다


처음엔


나도 흐느끼는 허공이었다는 것


수줍고 창백한 흙이었다는 것


나무로부터 따먹고


한 반성의 뜻으로


허벅지를 무화과 잎으로 가리고부터


하녀가 될 때까지 발을 씻기는 그의 손으로


또 다시 산자의 흙으로 섰다는 것


최초의 주인에게 들었습니다


참회는 뿌리가 흐느낀 흔적이라는 것


찍힌 점까지도


흐느낌의 연대기를 묻겠다는 것


별빛과 바람과 돌 속에


뿌리의 모든 무덤이 있다는 것


느린 참회를 푸르게 알아듣는


최초의 주인에게 들었습니다


눈에 띄지 말라고


모든 죄의 뿌리를 흙 속에다 그려주었다는 걸

 

 

<시인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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