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얼굴 / 마경덕

자크라캉 2011. 3. 8.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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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다음 중고 다파라> 검색어에서

 

 

 

/ 마경덕


                                                   

 심벌이 불거진 근육질 남자, 브래지어 팬티 한 장 걸친 미끈한 여자,

 버젓이 대로변에 서있는 목 잘린 속옷가게 마네킹들 

 

 죄짓고 싶었네 뻔뻔하고 싶었네 많은 사람에게 면목 없고 싶었네

 저런, 쳐 죽일, 배터지게 욕먹고 싶었네

 목 위에 얼굴만 달리지 않았다면
 기왕이면 여러 개의 목을 갖고 싶었네 꽁꽁 머리통 숨겨두고

 일회용 목으로 바꿔 달고 싶었네 재빠른 자라목이 되고 싶었네

 

 왜 목은 하나일까
 건드리면 부러지는 한심한
 목 위엔 얼굴이 있고 얼굴에는 마경덕이라는 이름이 있네

 툭하면 짐승 발톱이 돋네. 제발 나이값 좀 하라고 엄마는 말하네


 나 아직, 사람이 되지 못했네

 

 

 

 

출처: 계간 「시작」 2004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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