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으로 돌아가려 한다 / 이원 사진<홍제동 성당 쉼터>님의 카페에서 자궁으로 돌아가려 한다 / 이원 여자는 침대에 모로 누워 젖이 불은 왼쪽 유방을 꺼 낸다 달빛은 유방이 아닌 여자의 얼굴을 푸딩처럼 똑 똑 떠먹는다 그 자리에 고이는 시간이 순식간에 검어 진다 갓난아기는 머리를 들이밀고 젖을 빤다 아기의 입과 여자의 .. 문예지발표작 2008.10.16
봄과 길 / 오규원 사진<대전한백산악회>님의 카페에서 봄과 길 / 오규원 나비가 동에서 서로 가고 있다 돌이건 꽃이건 집이건 하늘이건 나비가 지나가는 곳에서는 모두 몸이 둘로 갈라진다 갈라졌다가 갈라진 곳을 숨기고 다시 하나가 된다 그러나 공기의 속이 굳었는지 혼자 길을 뚫고 가는 나비의 몸이 울퉁불퉁.. 문예지발표작 2008.10.14
은종이 / 오규원 사진<부암야생화 카페.님의 카페에서 은종이 / 오규원 활자 사이를 코끼리가 한 마리 가고 있다. 잠시 길을 잃을 뻔하다가 봄날의 먼 앵두밭을 지나 코끼리는 활자 사이를 여전히 가고 있다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 코끼리, 코끼리는 발바닥도 반짝이는 은회색이다 2004년 『시와세계』가을호 문예지발표작 2008.10.14
발자국과 깊이 / 오규원 발 사진<가람이>님의 블로그에서 발자국과 깊이 / 오규원 어제는 펑펑 흰 눈이 내려 눈부셨고 오늘은 여전히 하얗게 쌓여 있어 눈부시다 뜰에서는 박새 한 마리가 자기가 찍은 발자국의 깊이를 보고 있다 깊이를 보고 있는 박새가 깊이보다 먼저 눈부시다 2004년 『시와 세계』가을호 문예지발표작 2008.10.14
하늘과 돌멩이 / 오규원 사진<시인 현태섭>님의 블로그에서 하늘과 돌멩이 / 오규원 담쟁이덩굴이 가벼운 공기에 업혀 허공에서 허공으로 이동하고 있다 새가 푸른 하늘에 눌려 납짝하게 날고 있다 들찔레가 길 밖에서 하얀 꽃을 버리며 빈 자리를 만들고 사방이 몸을 비워놓은 마른 길에 하늘이 내려와 누런 돌멩이 위에.. 문예지발표작 2008.10.14
지는 해 / 오규원 사진<향기나는 샘물>님의 카페에서 지는 해 / 오규원 그때 나는 강변의 간이주점 근처에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주점 근처에는 사람들이 각각 있었다 두 손으로 가방을 움켜쥔 여학생이 지는 해를 보고 있었다 젊은 남녀 한 쌍이 지는 해를 손을 잡고 보고 있었다 주점의 뒷문으로도 지는 해가 .. 문예지발표작 2008.10.14
월간<우리시> 2008. 상반기 당선작 /달콤한 지구-황연진 사진<경대 사대부고 10회>님의 카페에서 [월간「우리시」 2008 상반기 당선작] 달콤한 지구 / 황연진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건물들 사이로 차량이 질주하고 도시가 앓는 소리를 낸다 아프지 않은 과육은 더디게 숙성한다고 농익은 불빛들이 말한다 달리면서 상처를 내지 않는 건 없다 종잡을 수 .. 문예지발표작 2008.09.29
별 부럽지 않은 아멜리에를 위한 탱탱 레시피 / 안수아 사진<krista4914>님의 카페에서 별 부럽지 않은 아멜리에를 위한 탱탱 레시피 / 안수아 거기서 시작된 건가요? 뽈랑 공원에서 만나기로 하지 않았나요? 2인용 자전거를 타기로 했죠 설레설레 젓지 않기로 해요 물 위로 금붕어가 떠올랐다고 징징대지 말아요 망원경으로 뛰어넘지 말기로 해요 윙윙거.. 문예지발표작 2008.09.09
소리혼 / 김강태 사진<스마일아줌마osm>님의 블로그에서 소리혼 / 김강태 소리에도 혀가 있다 소리에도 촉감이 있다 하다 만 몸짓의 혼, 소리의 잔흔일 게다 때로는 그것이 징징징 우는 빛일 때가 있다 은밀비밀 서로의 몸을 닦으며 울음 몰래 날으던 소리혼, 어둠의 등뼈를 갈라 비늘처럼 남몰래 튕겨나곤 한다 어.. 문예지발표작 2008.08.27
심금(心琴) / 신동옥 사진<가시아포토클럽>님의 카페에서 심금(心琴) / 신동옥 꽃을 보고, 저만치 혼자라고 적은 사람 아무래도 나는 조금 비껴서 있다고 적은 사람이 있지만 내 꽃잎에는 사자 한 마리가 먼저 가 앉는다 피를 흘린다. 꽃그늘 멍석에 앉아 술잔 띄울 만한 계곡을 베고 눕는 계절이면 가슴에 손을 얹는다... 문예지발표작 2008.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