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지는 해 / 오규원

자크라캉 2008. 10. 14. 19:06

 

 

                        사진<향기나는 샘물>님의 카페에서

 

  / 오규원

그때 나는 강변의 간이주점 근처에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주점 근처에는 사람들이 각각 있었다

두 손으로 가방을 움켜쥔 여학생이 지는 해를 보고 있었다

젊은 남녀 한 쌍이 지는 해를 손을 잡고 보고 있었다

주점의 뒷문으로도 지는 해가 보였다

한 사내가 지는 해를 보다가 무엇이라고 중얼거렸다

가방을 고쳐 쥐며 여학생이 몸을 한 번 비틀었다

젊은 남녀가 잠깐 서로 쳐다보며 아득하게 웃었다

나는 옷 밖으로 쑥 나와 있는 내 목덜미를 만졌다

한 사내가 좌측에서 주춤주춤 시야 밖으로 나갔다

해가 지고 있었다

 

 

[시와세계], 2004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