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향기나는 샘물>님의 카페에서
지는 해 / 오규원
그때 나는 강변의 간이주점 근처에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주점 근처에는 사람들이 각각 있었다
두 손으로 가방을 움켜쥔 여학생이 지는 해를 보고 있었다
젊은 남녀 한 쌍이 지는 해를 손을 잡고 보고 있었다
주점의 뒷문으로도 지는 해가 보였다
한 사내가 지는 해를 보다가 무엇이라고 중얼거렸다
가방을 고쳐 쥐며 여학생이 몸을 한 번 비틀었다
젊은 남녀가 잠깐 서로 쳐다보며 아득하게 웃었다
나는 옷 밖으로 쑥 나와 있는 내 목덜미를 만졌다
한 사내가 좌측에서 주춤주춤 시야 밖으로 나갔다
해가 지고 있었다
[시와세계], 2004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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