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하늘과 돌멩이 / 오규원

자크라캉 2008. 10. 14. 19:14

 

 

                                              사진<시인 현태섭>님의 블로그에서

 

늘과 돌멩이 / 오규원

 

 

담쟁이덩굴이 가벼운 공기에 업혀 허공에서

허공으로 이동하고 있다

 

새가 푸른 하늘에 눌려 납짝하게 날고 있다

 

들찔레가 길 밖에서 하얀 꽃을 버리며

빈 자리를 만들고

 

사방이 몸을 비워놓은 마른 길에

하늘이 내려와 누런 돌멩이 위에 얹힌다

 

길 한켠 모래가 바위를 들어올려

자기 몸 위에 놓아두고 있다

 

 

                                  [시와세계], 2004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