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위카>님의 카페에서
노래 / 엄원태
가설 식당 그늘 늙은 개가 하는 일은
온종일 무명 여가수의 흘러간 유행가를 듣는 일
턱까지 땅에 대고 엎드려 가만히 듣고
심심한 듯 벌렁 드러누워 멀뚱멀뚱 듣는다
곡조의 애잔함 부스스 빠진 털에 다 배였다
희끗한 촉모 몇 올까지 마냥 젖었다
진작 목줄에서 놓여났지만, 어슬렁거릴 힘마저 없다
눈꼽 낀 눈자위 그렁그렁, 가을 저수지지 같다
별다른 할일 없는 주인아저씨의 일이란
줄기차게 카세트테이프를 틀어대는 일
한결같은 무명 여가수의 흘러간 유행가 리바이벌
정작, 노래를 틀어대는 주인아저씨보다
곡조의 처연함 제 몸으로 다 받아들인 늙은 개가
저 여가수의 노래를 더 사랑할 수밖에 없겠다
뼛속까지 사무친다는 게 저런 것이다
저 개는 다음 어느 생에선가 필시 가수로 거듭날 게다
노래가 한 생애를 수술 바늘처럼 꿰뚫었다
2007 <문예중앙>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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