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디어다음>뉴스에서
운명 / 김혜옥
어디선 가 본 듯한 눈빛이
내 어깨를 툭 치던 날
저 나무는 꼼짝없이 강물에 끼었다
바람이 강물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무의 몸에서 어린 잎새들이
칭얼칭얼 떨어져 내렸다
옷깃에 걸린 지퍼처럼
앞으로 갈 수도 뒤로 갈 수도 없던 날
상류에서 강폭을 조율하던 사람이
천천히 내 삶을 내려준다
하지만 내 스무해도 함께 걸렸는 걸요
나는 한 발작도 움직일 수 없다
돌틈에 걸림 물고기처럼 전신을 떨었다
기억들이 부글부글 끓어 오른다
Past presenta& future 라는 곡 있나요?
아, 샹그리라*스*......
그 노래는 바닷길 건너 있지요
거긴 벼랑이잖아요
벼랑 끝에 해를 등지고 서 있던 너의 얼굴이
명치 끝을 누른다 이제 그만 날 놓아 다오
돌들, 나뭇잎, 빛 바랜 너의 눈빛
네 풍경속으로 뚜어 들지 않게 그만 흘러가라
강물, 눈물, 어두워진 너의 희망
물살에 끼어 내가 일그러지고 흔들리고
모서리가 닳는 동안 병원 하얀 벽을
초점 잃은 햇빛이 느릿느릿 걸어갔다
그의 얼굴이 천천히 벽을 따라 돈다
저 해바라기도 햇빛에 걸렸구나
어머니가 슬픔이 심한 내 등을 쓸어 주신다
명치 끝에 걸린 눈물이 끝내 나오지 않는다
강물이 돌틈에 걸린 스무 해를 천천히 뜯어간다
*shangrila : 무릉도원
*샹그리라스 : 여성보컬 그룹의 이름
2007년 『강원여성문학』 제4호
<약력>
김혜옥
1999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강원도 여성문인학회 문화상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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