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두 평짜리 내 방 / 이귀영

자크라캉 2007. 11. 14. 10:16

  

 

                                        사진<영등포쪽방사람들>님의 카페에서

  

  평짜리 내 방  / 이귀영

 

   제1의 벽에 앉아

   제2의 벽을 바라보고

   제3의 벽 등지고

   제4의 벽 오른쪽 귀 곁에

   제5의 벽 왼쪽 어깨에 기대어

   제6의 벽 멀거니 허당을 이고 있다

   제7의 벽 벽 속의 벽 종일 삐걱대는 소리

   제8의 벽 창살 사이로 기웃거리는 나뭇잎들

   제8의 벽 그 벽만한 하늘이 흐르고 그 벽만한 밤이 흐르고 그 벽

만한 산이 걸려 있고 밤새 목련을 낳고 목련은 벌어져 보이지 않고

그 벽만한 바람이 오간다  더 크지도  더 작지도 않은  세상. 제8의

벽만큼 아프다

 

    벽을 뚫지 못하여

    벽 속을 거닐지 못하여

    눈에 멈춘 벽들

    이리 누워도 벽

    저리 누워도 벽

    온 몸 엎어 쏟아버려도 벽

    제1의 벽은 얼룩지고 차다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벽을 박차고 뛰쳐나가는데

    제7의 벽이 서 있다

    손잡이가 없는

    열쇠도 자물쇠도 구멍 없는

    무서운 벽안에 든 나

    두 평

    제1의 벽

    절벽에서

 

 

 

    <약력>

    이귀영

   1999년 『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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