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등포쪽방사람들>님의 카페에서
두 평짜리 내 방 / 이귀영
제1의 벽에 앉아
제2의 벽을 바라보고
제3의 벽 등지고
제4의 벽 오른쪽 귀 곁에
제5의 벽 왼쪽 어깨에 기대어
제6의 벽 멀거니 허당을 이고 있다
제7의 벽 벽 속의 벽 종일 삐걱대는 소리
제8의 벽 창살 사이로 기웃거리는 나뭇잎들
제8의 벽 그 벽만한 하늘이 흐르고 그 벽만한 밤이 흐르고 그 벽
만한 산이 걸려 있고 밤새 목련을 낳고 목련은 벌어져 보이지 않고
그 벽만한 바람이 오간다 더 크지도 더 작지도 않은 세상. 제8의
벽만큼 아프다
벽을 뚫지 못하여
벽 속을 거닐지 못하여
눈에 멈춘 벽들
이리 누워도 벽
저리 누워도 벽
온 몸 엎어 쏟아버려도 벽
제1의 벽은 얼룩지고 차다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벽을 박차고 뛰쳐나가는데
제7의 벽이 서 있다
손잡이가 없는
열쇠도 자물쇠도 구멍 없는
무서운 벽안에 든 나
두 평
제1의 벽
절벽에서
<약력>
이귀영
1999년 『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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