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세다 / 천양희 사진<펠트덕담볼>님의 카페에서 숫자를 세다 / 천양희 숫자를 세는 것은 내 오래된 버릇 노선을 세고 계단을 세고 술잔을 센다 숫자를 세는 것은 숫자놀음이 아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면서 술잔을 내려놓듯 계단을 내려가듯 지독한 마음의 진동을 눌러 버린다 내가 대학생이던 60년대 아.. 문예지발표작 2010.03.05
귀 / 천양희 사진<loleter.tistory.com>에서 귀 / 천양희 바람 소리 물소리 들으니 오늘처럼 내 귀를 자연이 뚫은 적 없네 새소리 꽃소리 들으니 오늘처럼 내 귀가 자연의 약발 받은 적 없네 사람 소리 세상 소리 들으니 오늘처럼 귀울음 소리 크게 들린 적 없네 귀 기울이며 살아라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저 귀.. 문예지발표작 2010.03.05
흰 수건 / 이기인(李起仁) 사진<쭈이나라♡>님의 카페에서 흰 수건 / 이기인(李起仁) 헐은 옷소매를 움직이는 그녀에게로 눈시울이 붉은 바람이 온다 그녀 등 뒤로 나란히 무릎을 꿇고 앉아서 한 송이 파꽃을 피워올리는 시간이 흔들린다 울음을 데리고 온 새 한 마리 어둠이 오는 쪽을 기웃거린다 흙을 튀기며 날아간다 비 .. 문예지발표작 2010.03.03
안개꽃 / 복효근 사진<아름다운 여행>님의 블로그에서 안개꽃 / 복효근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 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 너로 하여 나.. 문예지발표작 2010.02.21
乙田, 망종 무렵 / 홍정순 사진<종이연>님의 카페에서 乙田, 망종 무렵 / 홍정순 애 빼앗기고 쫓겨 온 열아홉 언니는 뱀이었다 영사靈沙를 먹는 영사靈蛇였다 삶은 허물을 벗고 죽음에 일몰할수록 잘 들리고 잘 보이는 것 온몸이 귀인 귀에 들리는 숨 가쁜 긴 소리 엉킨 뱀 같은 그 소리 검은 문고리 검버섯 핀 형광등 파리똥.. 문예지발표작 2010.02.11
아내의 얼굴 / 김윤성 사진<http://blog.daum.net/jh8737/9134727>에서 아내의 얼굴 / 김윤성 거리에서 우연히 아내를 만났다. 나는 일부러 모른 척하고 지나간다. 아내는 등뒤에서 <여보, 여보!>하고 쫓아온다. 그래도 나는 모른척하고 지나간다. (내가 인정하지 않는 한 어째서 저 여자가 내 아내란 말인가?) 저녁상을 가운데 .. 문예지발표작 2010.02.05
한천(寒天) / 이상국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0년 올해의 좋은 시] 사진<부산여고재경동문회>님의 카페에서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0년 올해의 좋은 시 한천(寒天) / 이상국 나뭇잎이 지고 저녁으로 물오리떼를 휘리휘리 어두운 논바닥에 내린다 지난 여름 어느 집 처마 밑에서 함께 소나기를 그으며 따라가고 싶었던 여자는 지금 어디 있을까 나뭇가지에 몸을 찢기.. 문예지발표작 2010.02.02
고원(故園)의 시 / 김종한 사진<늘락지>님의 카페에서 고원(故園)의 시 / 김종한 밤은 마을을 삼켜 버렸는데 개구리 울음 소리는 밤을 삼켜 버렸는데 하나, 둘...... 등불은 개구리 울음 속에 달린다. 이윽고 주정뱅이 보름달이 빠져 나와 은(銀)으로 칠한 풍경을 토한다. -「문장(文章)」3호(1939. 4월호)- [약력] 김종한 - 생몰 : 1.. 문예지발표작 2010.01.27
응결의 시간 / 이원희 사진<http://tols86.tistory.com/102>에서 응결의 시간 / 이원희 떠남은 되돌아올 날개를 가졌으므로, 냇물은 바다로 흐르지 않았다 호수에 머물러 거슬러 오르던 연어, 햇살에 되오던 철새를 추억한다 그대 머물다 떠난 청명한 자리. 미처 돌아오지 않은 마음에 중심을 옮기고 돌고 돌아, 맴돈다는 것을 잊.. 문예지발표작 2010.01.21
몇 리터 넣어드릴까요 / 이원희 사진<다음 키즈짱 사진학습>에서 몇 리터 넣어드릴까요 / 이원희 따뜻한 에너지 넣으실래요 은사시나무에 내리는 햇살 같은 미소의 둥근 맛, 바람의 민첩한 관심, 꿀의 달콤한 끈적임, 달빛의 짙은 농도, 풀의 흔들림에도 떠오르는 얼굴, 비에 감전된 목소리, 분절된 소망, 서녘 노을에 얹히는 눈물.. 문예지발표작 2010.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