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떼에 휩쓸리다 / 임 윤 사진<원곡초등학교 31회>님의 카페에서 새떼에 휩쓸리다 / 임 윤 다들 파닥거리던 말문이 얼어붙어 꽁꽁 언 배꼽을 찾아 더듬거렸다 해오라기가 무딘 부리로 날갯죽지를 골랐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한 무리 뱁새들이 들판의 퀭한 얼굴에 점으로 박혔다 남쪽으로 사라진 울음소리가 이명으로 들.. 문예지발표작 2010.01.21
고추 / 이승훈 사진<Daum 자연박물관>에서 고추 / 이승훈 야! 고추다! 여름 오후 한 시 천안 딘국대 부근 식당에서 나와 주차장 갈 때 초등학교 3학년 호준이가 풀밭에 열린 빨간 고추 보고 소리친다. 옆에서 내가 말했지. " 한 개만 따!" 그러나 고개 숙이고 보고마 있네. 등을 구부리고 하나 따서 준다. 지금 내 책상.. 문예지발표작 2009.12.21
오다 가다 / 김억 사진<중년의 사랑 그리고 행복>님의 카페에서 오다 가다 / 김억 오다 가다 길에서 만난 이라고 그저 보고 그대로 갈 줄 아는가. 뒷산은 청청(靑靑) 풀 잎사귀 푸르고 앞바단 중중(重重) 흰 거품 밀려 든다. 산새는 죄죄 제 흥(興)을 노래하고 바다엔 흰 돛 옛 길을 찾노란다. 자다 깨다 꿈에서 만난 이.. 문예지발표작 2009.12.07
냄새의 소유권 / 차주일 사진<산냐옹이 산에서 우네>님의 카페에서 냄새의 소유권 / 차주일 밤 11시 넘어 반지하 철문을 연다. 보증금 천에 월세 사십의 집주인은 냄새다. 11년째 바뀐 적 없는 이 집의 주인이 되어보려고 미장이며 방수 전문가까지 불러 봤으나, 냄새는 도무지 소유권을 넘겨주지 않았다. 오리려 냄새는 두 .. 문예지발표작 2009.11.09
낙안(落雁) / 유재영 사진<용진중학교 제2회 동창회>님들의 카페에서 낙안(落雁) / 유재영 늦가을 구겨진 하늘 몇 장 깔아 놓고 노숙인 서넛 방금 끓인 면발을 후루룩 우루룩 입에 넗고 있었다. 떠나온 고향 강가 모래밭에 먹이를 찾아 내려앉는 기러기떼 나래소리, 저러 하리라 서울역 커다란 돌 그늘이 수척한 그들의 .. 문예지발표작 2009.08.27
그믐밤/최승호 사진<류기린 사진 이야기>님의 카페에서 그믐밤 / 최승호 시간이라는 섬 사방에서 영원이라는 바다가 출렁거린다 등대는 너의 안구 밤이면 걸림없는 한 줄기의 빛이 무한으로 뻗어나간다 13월의 그믐밤이다 죽은 사람들이 뒤늦게 무덤에서 기어나와 팔다리도 없이 캄캄한 바다로 헤엄쳐간다 출처.. 문예지발표작 2009.08.26
예날 옛적 우리 고향 마을에 처음 전기가 들어 올 무렵 / 송찬호 사진<Youngin44>님의 블로그에서 옛날 옛적 우리 고향 마을에 처음 전기가 들어 올 무렵/송찬호 마당가 분꽃들은 노랑 다홍 빨강 색색의 저기가 들오온다고 좋아하였다 울타리 오이 넝쿨은 5촉짜리 노란 오이꽃이나 많이 피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닭장 밑 두꺼비는 찌르르르 푸른 전류가 흐르는 여치.. 문예지발표작 2009.07.08
옛 노트에서 / 장석남 사진<경영기술솔루션비즈니스컨설팅>님의 카페에서 옛 노트에서 / 장석남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그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 문예지발표작 2009.06.20
호박 / 이하석 사진<세계제일의 세계태권도장>님의 카페에서 호박 / 이하석 비탈로만 기어올라 돌담 위에 전신을 뉜 비루한 삶이 피우는 꽃들이 어찌 저리 큰가? 끝까지 일관되게 그 노란 꽃의 논리를 따라 뻗치던 여름, 그 여름이 이룬 역사의 무늬와 힘줄이 호박의 겉과 속을 밝게 지펴놓는다. 할머니는 그 거.. 문예지발표작 2009.03.19
구름부족들 / 서영처 사진<어리목의 자료창고>님의 블로그에서 구름부족들 / 서영처 구름부족은 구름냄새를 피운다 구름부족은 내 이불 속으로 시 속으로 함부로 드나든다 구름부족은 유목민, 국경을 넘나드는 무국적자들, 족장은 부족들을 거느리고 바람과 태양이 다스리는 붉은 강의 골짜기에 머무르고 있다 천막 .. 문예지발표작 2009.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