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종이연>님의 카페에서
乙田, 망종 무렵 / 홍정순
애 빼앗기고 쫓겨 온 열아홉 언니는 뱀이었다 영사靈沙를 먹는 영사靈蛇였다 삶은 허물을 벗고 죽음에 일몰할수록 잘 들리고 잘 보이는 것 온몸이 귀인 귀에 들리는 숨 가쁜 긴 소리 엉킨 뱀 같은 그 소리 검은 문고리 검버섯 핀 형광등 파리똥 앉은 주전자 간병 계집아이는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굵은 팔뚝이 먹구렁이 같은 산판 제무시 운전수 영사永死의 문지방을 오르내리는 언니는 긴 최후의 정사를 꿈꾸었다 살구멍 외에는 죽을 구멍 영사는 마른 오자미빛 계집아이는 문을 벌컥 열었다
영매潛寐에서 꿈꾸는 그 얼굴에 연지를 찍었을까? 뱀이 몸 말리기 좋은 망종 무렵이었다
[시인 약력]
- 홍정순
- 충북 단양 출생
- 2009 『시안』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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