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응결의 시간 / 이원희

자크라캉 2010. 1. 21. 15:13

사진<http://tols86.tistory.com/102>에서

 

 

결의 시간 / 이원희

 

 

 떠남은 되돌아올 날개를 가졌으므로, 냇물은 바다로 흐르지 않았다 호수에 머물러 거슬러 오르던 연어, 햇살에 되오던 철새를 추억한다

 

 그대 머물다 떠난 청명한 자리. 미처 돌아오지 않은 마음에 중심을 옮기고 돌고 돌아, 맴돈다는 것을 잊을 만큼 돌아도 다슬기 나선처럼 결코 중심에 다다르지 못할 허튼 시간 속, 담가둔 별빛만 아리다

 

 풍경들 또 다른 계절로 돌아오기 위해 절박한 듯 사라진 소한 무렵, 기다림의 언저리쯤 살얼음이 핀다 응어리 고요히 응결되는 몸속, 파문마저 얼음에 갇히자 비로소 뼈를 드러나는 고독, 서슬처럼 사슬이 깊다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잠시 풀린 햇살에 쩡쩡 금을 그어 슬픈 무늬를 만든다 흐린 하늘을 날아가는 흰 뺨검둥오리 어디로 가는 것일까 별이 빛나는 소리로 울던 풀벌레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결빙 위에 눈 쌓이는 저녁, 잎을 벗은 상수리나무도 떠나버린 새둥지를 끌어안고 서 있다

 

 

 

[출처 : 2009, 『시평』,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