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제비나비 .1 / 박찬일 사진<마주보고 안아주기>님의 플래닛에서 검은 제비나비 .1 / 박찬일 대지가 원인인 대지와 허공이 원인인 허공 그 검은 제비나비가 있다 대지에 처해 있는 대지와 허공에 처해 있는 허공 그 사이 검은 제비나비의 날개가 있다 허공에서는 허공으로 날고 대지에서는 대지로 날고 허공에서는 허공.. 문예지발표작 2007.05.04
적適 / 마경덕 사진<북한산 직무역 꽃게>님의 카페에서 적適 / 마경덕 꽃게를 잡는 순간 뚝, 제 다리를 분질렀다 꽃게는 다리를 버리고 바위틈으로 내뺐다 내 손엔 단단한 집게발 하나가 남아 있었다 나는 다리를 바다에 던져 버렸다 산에서 만난 도마뱀도 긴 꼬리를 끊고 달아났다 그 징그러운 꼬리도 숲에 버렸.. 문예지발표작 2007.05.04
나는 가끔 서해와 동침하고 싶다 / 유현숙 사진<빛그림 사진여행>님의 카페에서 나는 가끔 서해와 동침하고 싶다 / 유현숙 공중을 덮으며 한 떼의 철새들이 밀입국해 온다 기러기떼, 가창오리떼들, 억새밭 너머에 콩알처럼 깔려 있다 유효기간이 뚜렷이 각인된 바코드를 등에 찍고 저렇듯 세상을 경유한다 저무는 서해는 여전히 해감을 토.. 문예지발표작 2007.05.04
해바라기 / 박남희 사진<심산>님의 블로그에서 해바라기 / 박남희 아름다움만으로는 모자라 너는 그토록 많은 씨앗을 품고 있었구나 나는 너를 볼 때마다 난해하다 신은 왜 태양을 지상으로 끌어내려 저렇듯 욕심 많은 여자로 만들어 놓았는지 해설핏한 가을 날 아름다움으로도 열매로도 온전히 주목받지 못하고 쓸.. 문예지발표작 2007.05.04
실향민 / 이대의 사진<다우니네>님의 블로그에서 실향민 / 이대의 산비탈 지친 곳 외딴집 감꽃 떨어진 뒤뜰에 철새 한마리 날아와 지치도록 놀다가고 사람이 지나가도 짖을 줄 모르는 개는 해바라기 담 밑에서 졸고 봉당아래 작은 밭 풀이 무성하다 누가 살고 있는지 토방에 낡은 신발 한 켤레 2007년 「우리시」5월.. 문예지발표작 2007.05.04
비단 짜는 밤 / 정상하 ( 2003년 <현대시학> 8월호) 사진<중국여행동회>님의 카페에서 비단 짜는 밤 / 정상하 밤에 빗속을 걷는 것은 어룽지는 어둠의 날줄에 씨줄 넣기다 날줄의 생김새 도랑물 강물 바닷물의 길쭉길쭉한 씨앗 어둠 속에 눈 뜨고 있는 모든 이름들의 촘촘한 거처 씨줄의 성분 결이 거친 우울한 영혼의 올 존재의 추스를 수 없는 나약.. 문예지발표작 2007.04.30
국수 / 박후기<2007년 「문학수첩」봄호> 사진<BYJ Gallery>님의 카페에서 국수 / 박후기 국수를 말아 먹다 문득 국수에 대해 생각한다 넘치지 않은 한 국자 뜨거운 국물로도 언 몸을 녹일 수 있는 것은 국수와 내가 다르지 않다 얼어 붙은 탁자 위에서 주르륵 미끄러지는 국수 그릇이여, 나 역시 멀건 멸치 국물처럼 싱겁게 사는 내가 싫다 엎.. 문예지발표작 2007.04.23
오발탄 / 신 정 민<계간 [주변인과 시] 2006. 겨울호> 사진<가스총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의 카페에서 오발탄 / 신정민 203호에 이사온 그는 총잡이다 그가 쓰는 권총의 방아쇠는 손가락이 아닌 구둣발로 잡아당긴다 문 열어! 탕, 탕, 탕 열리지 않는 문을 향해 쏜 총성은 그의 마누라 귀에만 날아가 박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출입구를 같이 쓰는 열 세.. 문예지발표작 2007.04.22
폐교에서 / 이영선 사진<동화속 폐교에서 젊은 날의 한컷>님의 블로그에서 폐교에서 / 이영선 숙모님 장례식날 기세등등하던 병마도 선산에 묻고 돌아오는 길 산수유꽃 피고 지는 초임지 빈손으로 찾아갔네 스물일곱 해 돌아보지 못한 세월 군데군데 페인트칠 벗겨진 교사(校舍)는 노쇠한 병사처럼 담담한데 부실한.. 문예지발표작 2007.04.14
벚나무 /강미정, 2001년<시평>여름호 사진<나하나>님의 플래닛에 벚나무 / 강미정 한 번은 옆 침대에 입원한 환자의 오줌을 받아 주어야 했다 환자는 소변기를 갖다대기도 전에 얼굴이 뻘개졌다 덮은 이불 속에서 바지를 내리자 빳빳하게 솟구쳐 있는 그것, 나도 얼굴이 빨개졌다 이불 속에서 소변기를 걸쳐놓고 그것을 잡고 오줌을 .. 문예지발표작 2007.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