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去勢당한 시간 혹은 불임不姙 / 변종태 사진<자주,민주,통일을 열망하는 하이에나>님의 블로그에서 거세去勢당한 시간 혹은 불임不姙 / 변종태 축 늘어져 있던 괘종시계의 불알이 떨어져버린 후, 시계는 더 이상 시간을 낳지 못한다 시계 밑으로 툭,툭, 떨어지는 무정란(無精卵)의 시간들, 약속을 상실한 시계는 수은주 벌건 막대를 초점.. 문예지발표작 2007.04.03
소름 돋는 지구 / 김종미 사진<이무기>님의 플래닛에서 《현대시학》 2005년 4월호 소름 돋는 지구 / 김종미 지구가 부르르 떨며 소름이 돋는다 창문 밑으로 병아리들이 구구단을 외며 지나간다 활짝 창문을 열고 청소를 한다 오른쪽 창에서 달짝지근한 바람이 들어온다 왼쪽 창에서 연분홍 바람이 들어온다 미치기 좋은 계.. 문예지발표작 2007.03.28
오길 잘했다 / 이상국 사진<말리꽃>님의 플래닛에서 《현대시》2004년 5월호 오길 잘했다 / 이상국 어느 날 저녁 동네 골목길을 지나다가 자즈러질 듯 우는 갓난애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아, 누군가 새로 왔구나 그리고 저것이 이제 나와 같은 별을 탔구나 하는 즐거움 상당히 이름이 나있는 시인의 시를 읽다가 야, 이 정.. 문예지발표작 2007.03.28
만달고비 / 이용한 사진<미디어다음뉴스>에서 계간 [창작과 비평] 2007년. 봄호 만달고비 / 이용한 언젠가 ‘낙타’로 시작해 ‘사막’으로 끝나는 시를 쓰고 싶었다 발목이 허락한다면, 한번쯤 고비를 만나 황홀한 황혼을 넘어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이 사막을 넘지는 못한다 칭기즈칸 보드카 한잔에 고비 담배 .. 문예지발표작 2007.03.17
낮꿈 / 이덕규 사진<소금자루창고>님의 플래닛에서 낮꿈 / 이덕규 황사 자욱하게 날리던 봄날 늦잠에서 깨어난 장자가 처마 끝에 매달린 새장 문을 열고 일용할 삼천석의 수수와 콩을 넣어주고 돌아서서 눈 가늘게 뜨고 듣는다 멀리 만리 밖 지평선에서 날아오를 가망이 전혀 없는 커다란 새 한 마리가 풀썩 풀.. 문예지발표작 2007.03.17
萬述아비의 祝文-박목월 사진<흐름산악회>카페에서 萬述아비의 祝文 / 박목월 아배요 아배요 내 눈이 티눈인 걸 아배도 알지러요. 등잔불도 없는 제삿상에 축문이 당한기요. 눌러 눌러 소금에 밥이나마 많이 묵고 가이소. 윤사월 보릿고개 아배도 알지러요. 간고등어 한 손이믄 아배 소원 풀어드리련만 저승길 배고플라요.. 문예지발표작 2007.03.17
밑 생각 2 /조정권 사진<우울한 날 여행을 떠나다>님의 플래닛에서 밑 생각 2 / 조정권 당신이 쥐고 있는 이 갈필은 비바람의 자식이었습니다 일찍이 밀과 바람과 하늘과 태양이 휘어 넘기며 기른 자식이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품어 온 아주 평범한 생각이지만 이 마른 갈필로 세상의 모든 어머니처럼 하루 종일 수고.. 문예지발표작 2007.03.17
도취의 피안 / 김수영 사진<콧대높은 집안>님의 카페에서 도취의 피안 / 김수영 내가 사는 지붕 우를 흘러가는 날짐승들이 울고가는 울음소리에도 나는 취하지 않으련다 사람이야 말할 수 없이 애처러운 것이지만 내가 부끄러운 것은 사람보다도 저 날짐승이라 할까 내가 있는 방 우에 와서 앉거나 또는 그의 그림자가 .. 문예지발표작 2007.03.17
껌 / 김기택 사진<다음신자식>에서 껌 / 김기택 누군가 씹다 버린 껌.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껌. 이미 찍힌 이빨 자국 위에 다시 찍히고 찍히고 무수히 찍힌 이빨 자국들을 하나도 버리거나 지우지 않고 작은 몸속에 겹겹이 구겨 넣어 작고 동그란 덩어리로 뭉쳐놓은 껌. 그 많은 이빨 자국 속에서 지.. 문예지발표작 2007.03.17
화곡역 청소부의 한 달 월급에 대하여 / 최종천 사진<마음으로 통하는 길>님의 플래닛에서 화곡역 청소부의 한 달 월급에 대하여 / 최종천 올해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겠다는 지원비가 드디어 한 달에 100만원씩 1,200만원으로 올랐다, 용렬하게 이 몸도 신청했다. 문득 화곡역 청소부에게 한 달 월급이 얼마나 되느냐고 왜 물어보고 싶었을까? 63.. 문예지발표작 2007.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