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박형준 사진<공기총/사격/사냥 동호회>님의 카페에서 새 / 박형준 그가 죽은 뒤 새로 문을 발라 뜰찔레꽃곁에 기대놓자 창호지에 비친 새 날아간다 너덜너덜한 창호지 뜯어내자 침묵이 홀가분하게 바람에 떠오른다 들일을 끝내고 돌아오면 창호지만 바라보던 그가 문지방에서 문지방으로 맴돌던 그가 줄.. 문예지발표작 2007.03.17
은사시의 종교 / 김수우 사진<솜다리에 행복한 삶>님의 카페에서 은사시의 종교 / 김수우 우시장 한가운데 기우뚱한 은사시, 쇠뿔에 찍히고 찍혀 아랫둥치가 다 패인 절뚝발이 은사시는 새잎을 깨웁니다 새잎을 밀어냅니다 팔려간 새끼, 늙은 소로 돌아와 다시 도축에 끌려가던 눈망울들 용달차 앞에서 버퉁기던 뒷발굽.. 문예지발표작 2007.03.17
목측기-눈1 / 권혁웅 사진<퐁당퐁당퐁당>님의 카페에서 목측기-눈1 / 권혁웅 내가 너를 가게 했다 내가 시선을 거두자 네가 쓰러졌다 너는 줄을 놓아 버린 인형이었다 무릎에도 팔 꿈치에도 목이나 등에도 뼈가 없었다 내게 난 두 개의 두덩은 실타래였다 내가 너를 가게 했다 관절이란 관절은 모두 꺾었고 목은 비틀어.. 문예지발표작 2007.03.17
비의 뜨개질 / 길상호 사진<현빈 공간 ★현빈 펜클럽 카페>에서 비의 뜨개질 / 길상호 너는 비를 가지고 뜨개질을 한다, 중간 중간 바람을 날실로 넣어 짠 비의 목도리가, 밤이 지나면 저 거리에 길게 펼쳐질 것이다, 엉킨 구름을 풀어 만들어내는 비의 가닥들은 너무나 차가워서 목도리를 두를 수 있는 사람 그리 흔하지.. 문예지발표작 2007.03.17
중심을 쏘다 / 신용목 사진<THIS IS TOTAL WAR >님의 케페에서 중심을 쏘다 / 신용목 사수가 한쪽 눈을 감는 것은 과녁을 떠나는 그 영혼을 보지 않기 위해서다 어떤 형벌이 사수의 눈동자 속에 과녁의 동심원을 그렸을까 한 입 어둠을 씹어먹는 허공의 아득한 중심에서 정확히 자신의 죽음을 겨누어 떨어지는, 빗방울 우산은.. 문예지발표작 2007.03.17
토마스의 집 - 장대송 「2006년 <시평> 겨을호」 토마스의 집 / 장대송 사진<미디어다음 아고라>에서 토마스의 집 / 장대송 그 집에 가면 밀물과 썰물이 밥상을 차려 놓는다 집 앞은 사내들이 집 뒤는 여인들이 줄지어 있다 여인들 중엔 만삭인 이도 있다 나면서 기일이 될지 모를 태아는 줄선 기다림을 어떻게 보낼까 땅모기 같은 시간들에 쫓겨 .. 문예지발표작 2007.03.01
땅심 / 이향자 <시문학> 사진<아름다운 삼각산>님의 블로그에서 땅심 / 이향자 쓰러져야지, 쓰러져야지 하는 소리가 들려 죽어야지, 죽어야지 하는 소리가 들려 산자락 빈집 한 채 만나고 있네 따라가야지, 따라가야지 하는 소리가 안 들려 그립지 않어? 물으려다 발이 붙어버렸네 파편으로 남은 장독대 옆에 감나무 한 그.. 문예지발표작 2007.03.01
결로結露2 / 박경자<2007년 현대시학> 사진<미디어다음 포토-오마이뉴스 김민수 기자>님에서 결로結露2 / 박경자 모를 물방울들 가득 맺혀 있다 벽의 표면에 식은 땀 흘리듯 눈물 흘리듯 송글송글 맺혀있다 벽은 마른 제 속의 무엇을 마지막 물기로 다 쏟아 내고 있는데 속이 아니라 밖의 것을 끌어 당기고 있는데 속이든 밖이든 시린 .. 문예지발표작 2007.03.01
황야의 건달 / 고 영 사진<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님의 플래닛에서 황야의 건달 / 고영 어쩌다가, 어쩌다가 몇 달에 한 번꼴로 들어가는 집 대문이 높다 용케 잊지않고 찾아온 것이 대견스럽다는 듯 쇠줄에 묶인 진돗개조차 꼬리를 흔들며 아는 체를 한다 짜식, 아직 살아 있었냐? 장모는 반야심경과 놀고 장인은.. 문예지발표작 2007.02.28
초경 / 이선영 사진<미디어다음 뉴스>에서 초경 / 이선영 아무도 밟지않은 흰 눈발같은 너의 첫 피, 만큼이나 붉고 뜨거운 나의 눈물 한 방울, 수줍고도 당돌하게 찾아 온 너의 첫 여자. 그것이 마구마구 슬프고 무서운 나는 마지막을 남겨 놓고 있는 여자, 시작인 너도 끝물인 나도 같은 강물타고 넘실거리다 어.. 문예지발표작 2007.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