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BYJ Gallery>
국수 / 박후기
국수를 말아 먹다 문득
국수에 대해 생각한다
넘치지 않은
한 국자 뜨거운 국물로도
언 몸을 녹일 수 있는 것은
국수와 내가 다르지 않다
얼어 붙은 탁자 위에서
주르륵 미끄러지는 국수 그릇이여,
나 역시
멀건 멸치 국물처럼
싱겁게 사는 내가 싫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가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오늘은 성탄 前日
잠들지 못하고 아비를 기다리는
어린 것들의 눈동자를 생각하며
나는 언땅을 짚고 일어서야겠다
바닥에 엎질러진 국수와
내가 다르지 않은,
늦은 밤 포장마차 전등 밑.
2007년 「문학수첩」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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