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가 보인다 / 노춘기 사진<떴다 노원 홍반장>님의 카페에서 처녀가 보인다 / 노춘기 그녀는 늙고 있다 빙하처럼 바람이 얼굴 여기 저기에 길을 냈다 혈색은 그날의 달빛만큼 희다 그녀는 그곳에서 빈집을 이루었다 처마 끝에서 마른 빗물이 듣는다 빗물이 떨어진 자리에 다시 어둠이 그리고 방문을 두드리며 가끔 거친.. 문예지발표작 2007.02.22
싱겁고 싱거운 / 김 근 사진<레오나르도>님의 플래닛에서 싱겁고 싱거운 / 김 근 어느 날 집안에 물이 차올랐습니다 물은 모나거나 이 빠진 우리 집 세간을 적시고 부뚜막과 방구들을 적시고 이부자리를 적시었습니다 방바닥에 팔을 괴고 모로 누운 나는 몸 한쪽부터 젖었습니다 낡은 앉은뱅이책상이 젖고 한 귀퉁이가 .. 문예지발표작 2007.02.22
노을이 흐르는 강 / 조은길 사진<다음 파이 - by 토러스>님의 작품 중에서 노을이 흐르는 강 / 조은길 여기서부터는 서쪽이다 저 많은 강물이 강물 위에 번져 있는 저 많은 빛들이 빛을 바라는 저 많은 창들이 여기서부터는 모조리 서쪽으로 길을 바꾸는 기적이 일어난다 장난 같다 서녘 하늘 구름들이 가지가지 모양으로 엉켜.. 문예지발표작 2007.02.22
계절병 / 안현미 사진<좋은글과 좋은음악이 있는곳>카페에서 계절병 / 안현미 고독은 나무처럼 자라는 것입니다 시간은 하나의 커다란 구멍이고 끝끝내 삶은 죽음입니다 거대한 고래처럼 거대한 고독이 두려운 나머지 시간을 밀거래하는 이 도시에서 서로가 서로의 휴일이 되어주는게 유일한 사랑입니다 병인을 .. 문예지발표작 2007.02.21
오늘 / 심재휘 사진<행복한 삶 아름다운 순간들>님의 플랫니에서 오늘 / 심재휘 한 그루의 느티나무를, 용서하듯 쳐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얼마나 행복한 것이냐 저녁이 되자 비는 그치고 그 젖은 나무에도 불이 들어온다 내가 마른 의자를 찾아 앉으면 허튼 바람에도 펼쳐진 책이 펄럭이고 몇 개의 문장.. 문예지발표작 2007.02.21
모범이발관으로 간다 / 김연성 사진<미디어다음 아고라>에서 모범이발관으로 간다 / 김연성 설이 내일모레라 서둘러 동네 이발관으로 간다 일곱 살 아들과 간다 그 곳엔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앉아 쑥덕공론하는 곳 그날, 어떤 이는 죽고 또 어떤 이는 시대의 영웅이 되기도 하는데 설혹 머리 감지 않고 가도 되는 곳 그 곳에 가.. 문예지발표작 2007.02.14
삽/ 정진규 사진<미디어다음>에서 삽 / 정진규 삽이란 발음이,소리가 요즘 들어 겁나게 좋다 삽, 땅을 여는 연장인데 왜 이토록 입술 얌전하게 다물어 소리를 거두어들이는 것일까 속내가 있다 삽, 거칠지가 않구나 좋구나 아주 잘 드는 소리 그러면서도 한 군데로 모아지는 소리 한 자정子正에 네 속으로 그.. 문예지발표작 2007.02.14
루머 / 이수익 사진<미디어다음>에서 루머 / 이수익 저 자루 속이 궁금하다 저 자루 속을 불룩하게 채우고 있는 물체의 진실이 궁금하다 그 불룩한 모양새는 끊임없이 부피를 움직이는 유동성으로 우리의 추측을 뿌리치고 있다 자루 속엔 몇 마리의 뱀이 들어 있나 자루 속엔 수십 마리의 커다란 낙지가 들어 있.. 문예지발표작 2007.02.14
명편/복효근<현대시학> 사진<다음파이 by뚜루>님에서 명편 / 복효근 서해 바닷가 채석강 암벽 한 구석에 종석♡진영 왔다 간다 비뚤비뚤 새겨져 있다 채석강 암벽이 만 권의 서책이라 할지라도 이 한 문장이면 족하다 옳다 누군가 눈이 참 밝구나 사내가 맥가이버칼 끝으로 글자를 새기는 동안 사내의 등을 기댄 그대의 .. 문예지발표작 2007.02.07
쑥부쟁이 / 오규원 사진<물고기자리>님의 프래닛에서 쑥부쟁이 / 오규원 길 위로 옆집 여자가 소리 지르며 갔다 여자 뒤를 그 집 개가 짖으며 따라갔다 잠시 후 옆집 사내가 슬리퍼를 끌며 뛰어갔다 옆집 아이가 따라갔다 가다가 길 옆 쑥부쟁이를 발로 툭 차 꺾어놓고 갔다 그리고 길 위로 사람없는 오후가 왔다 2006.. 문예지발표작 2007.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