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나는 가끔 서해와 동침하고 싶다 / 유현숙

자크라캉 2007. 5. 4. 02:54

 

사진<빛그림 사진여행>님의 카페에서

 

 

는 가끔 서해와 동침하고 싶다 / 유현숙

 

공중을 덮으며 한 떼의 철새들이 밀입국해 온다

기러기떼, 가창오리떼들, 억새밭 너머에 콩알처럼 깔려 있다

유효기간이 뚜렷이 각인된 바코드를 등에 찍고

저렇듯 세상을 경유한다

 

저무는 서해는 여전히 해감을 토하며 뒤척이고

 

온 바다의 뼈속, 붉은 서약이 물컹한 저녁이 뜨겁다

 

사르륵, 새들의 옆구리에서 깃털 떨어지는 소리 들리고

나는 저 적요 앞에서 이제 옷을 벗는다

 

 

2007년 <우리시> 5월호

 

 

유현숙

2002년 동양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3년 계간 「문학.선」 등단

wishyhs@hana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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