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하나>님의 플래닛에
벚나무 / 강미정 한 번은 옆 침대에 입원한 환자의 오줌을 받아 주어야 했다 환자는 소변기를 갖다대기도 전에 얼굴이 뻘개졌다 덮은 이불 속에서 바지를 내리자 빳빳하게 솟구쳐 있는 그것, 나도 얼굴이 빨개졌다 이불 속에서 소변기를 걸쳐놓고 그것을 잡고 오줌을 눌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무안한 눈은 창 밖 벚나무 가지 위로 오르는데 벚나무도 뜨겁게 솟구치는 제 속을 받아내는지 펑펑 눈부신 소리로 꽃을 뿜어냈다 그리고 한참 동안, 조용하게 벌어진 꽃나무의 상처를 핥아주고 있던 햇빛이 후딱 일어나 수천 개의 혀를 내밀더니 내 눈을 휘감아 가버렸다 놀란 나는 캄캄해져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벚나무 아래에서 와와, 숨 멎는 소리만 내 눈에 고였다가 넘쳐흘렀다 그날 옆 침대에 입원한 환자는 내내 돌아누워 밥도 먹지 않았다
2001년『시평』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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