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폐교에서 / 이영선

자크라캉 2007. 4. 14. 15:18
 
 
 사진<동화속 폐교에서 젊은 날의 한컷>님의 블로그에서
교에서 / 이영선


숙모님 장례식날
기세등등하던 병마도 선산에 묻고
돌아오는 길
산수유꽃 피고 지는 초임지
빈손으로 찾아갔네


스물일곱 해 돌아보지 못한 세월
군데군데 페인트칠 벗겨진 교사(校舍)는
노쇠한 병사처럼 담담한데
부실한 내 무릎 먼저 무너졌네


이리저리 폐지 굴리는 모래바람만이
낯선 방문객 흘깃거릴 뿐
산 아래 묵정밭조차 돌아누운 봄날


아이들의 함성도
시종소리도 더는 들려오지 않는 교정에 앉아
어른이 되었을 저문 날의 아이들과
어디론가 팔려간 주물종이 그리웠네


사라진 힘에 대하여 한 마디 答도 없이
뉘엿뉘엿 해는 이울고


'시인정신' 2007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