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교 / 유홍준 사진<미디어다음 뉴스>에서 아교 / 유홍준 세심하게 꼼꼼하게 개다리소반을 수리하시던 아교의 교주 아버지 보고 싶네 내 뿔테안경 내 플라스틱 명찰 붙여주시던 아버지 만나 나도 이제 개종을 하고 싶다 말하고 싶네 아버지의 아교도가 되어 추적추적 비가 오는 아교도의 주일날 정확히 무언지.. 시집 속 詩 2007.01.29
나는, 웃느다 / 유홍준 사진<샌드위치>님의 플래닛에서 나는, 웃는다 / 유홍준 이렇게 파먹힌 얼굴 이렇게 파먹힌 뒤통수로 이렇게 쪼아먹힌 눈 이렇게 갈라진 흉터로 누가 내 뒤통수에 빨간 소독약 묻힌 솜뭉치를 쑤셔넣다 놔둔 거야 누가 내 웃음에 주삿바늘을 꽂아놓은 거야 누가 내 웃음에 링거 줄을 꽂고 포도당을 .. 시집 속 詩 2007.01.29
좁은 방에는 어둠이 넓네 / 박지웅 사진<다음파이>에서 좁은 방에는 어둠이 넓네 / 박지웅 날조된 계약에 서명하던 날부터 그녀의 봉지에는 밑이 없었네 신분증 도장 하나 내 것이 아니었던 수작의 방 주정뱅이와 탕아들 머리 까딱이며 수탉처럼 들락거렸네 사내들은 밤낮으로 딱딱한 증거를 들이밀고 밤꽃 냄새나는 소문은 고.. 시집 속 詩 2006.11.10
불화사 가는 길 / 신덕룡 사진<푸른솔>님의 플래닛에서 불화사 가는 길 / 신덕룡 붙잡을 것이 손뿐이랴 흐르는 물길 거슬러 절로 가는 길이나 걸을 일이다 햇빛 가득한 길은 아주 작은 인기척에도 저 만큼 달아나 그늘 속에 숨는다 너의 마음도 저와 같아서 아교처럼 단단하게 묶여 있는 한 몸이길 바란다 하나로 산다는 건.. 시집 속 詩 2006.11.08
흉터 속에는 첫 두근거림이 있다 / 정영선 사진<한국화투연구소장>님의 플래닛에서 흉터 속에는 첫 두근거림이 있다 / 정영선 비 온 뒤 말갛게 씻겨진 보도에서 한때는 껌이었던 것들이 검은 동그라미로 띄엄띄엄 길 끝까지 이어진 것을 본다 생애에서 수없이 맞닥뜨린, 그러나 삼킬 수 없어 뱉어버린 첫 만남의 첫 마음에서 단물이 빠진 .. 시집 속 詩 2006.10.16
밤 막차는 왜 동쪽으로 달리는가 / 김추인 사진<사무쳐야 하나가 된다>님의 블로그에서 밤 막차는 왜 동쪽으로 달리는가 / 김추인 청량리발 야간열차를 타고 탄더미처럼 쏟아지는 어둠의 층을 덜커덩덜커덩 뚫어내며 달리다 보면 그대 젊은 감성은 밤새의 날카로운 눈빛이 되어 한결 선명해진 시간의 긴 터널을 응시하게 된다 한밤을 내쳐.. 시집 속 詩 2006.10.16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 / 류인서/ 《창작과비평사》 시인선 사진<칠판거울>님의 플래닛에서 거울 속의 벽화 / 류인서 대합실 장의자에 걸터앉아 심야버스를 기다린다 왼쪽 벽면에 붙박인 거울을 본다 거울의 얼굴엔 마치 벽 속에서부터 시작된 듯한 뿌리깊은 가로금이 심어져 있다 푸른 칼자국을 받아 두 쪽으로 나뉘어진 물상들 잘못 이어붙인 사진처럼 .. 시집 속 詩 2006.10.16
소녀의 껌 / 이기인 사진<다음 신지식 Q&A>에서 소녀의 껌 / 이기인 긴 갯벌에서 주운 적이 있는 조개껍질 같은 가슴으로 재봉틀 앞에 앉은 소녀 땀에 젖네 출렁이는 파도를 연주하였으므로 미역줄기처럼 가슴이 축축하네 그 연주의 볼륨을 높이고 싶은 나른한 오후 질겅질겅 씹던 껌의 반죽이 잘되어 통통한 자지.. 시집 속 詩 2006.10.16
일천광년 떨어진 별에 사는 더 맨(the man) / 박명자 사진<은정이 배경화면 블로그>님의 블로그에서 일천광년 떨어진 별에 사는 더 맨(the man) / 박명자 나무는 요즘 이상해 졌다 일천광년 떨어진 별에서 E-mail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겹옷을 입고도 추위에 떠는 나무 밤마다 불면의 끄나풀을 잡고 미궁을 헤메인다 이제는 자신의 울음으로부터 멀리 도망.. 시집 속 詩 2006.10.16
눈물의 타임캡술 / 박명자 사진<휀스>님의 플래닛에서 눈물의 타임캡술 / 박명자 아침 호반 산책길에 억새 숲을 지났다 마른 억새 끝자락에 누군가의 울음이 매달려있다 세상을 건너오며 단단해진 눈물들이 겨울 강을 건너가려 주춤거렸다 억새 숲에서 햇빛을 반사하는 눈물의 타임캡술을 보며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 왔다 .. 시집 속 詩 200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