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소에서 / 마경덕 사진님의 플래닛에서 목공소에서 / 마경덕 희고 매끄러운 널빤지에 나무가 걸어온 길이 보인다. 나무는 제 몸에 지도를 그려 넣고 손도장을 꾹꾹 찍어 두었다. 어떤 다짐을 속 깊이 새겨 넣은 것일까. 겹겹이 쟁여둔 지도에 옹이가 박혔다. 생전의 꿈을 탁본 해둔 나무, 빛을 향해 달려간 뿌리의 마음이.. 시집 속 詩 2006.09.07
불, 달린다 / 윤성학 사진<삶과 여유 그리고 음악과 함께 멋진 여행을...>님의 플래닛에서 불, 달린다 / 윤성학 며칠째 자리가 비어 있다 같이 일하는 여사원 그녀의 고향집 이번 산불로집과 비닐하우스를 잃었다 버섯과 고추를 알뜰히도 태웠다 밤에 불이 산에서 뛰어내려오는 것을 뻔히 보고 있었다고 한다 가속도를 .. 시집 속 詩 2006.09.07
생가/김경주 사진<함께느껴봐요>님의 블로그에서 생가 / 김경주 안은 어두워서 밖을 숨겼다 죽은 자의 입안에 쌀한 줌을 가만히 넣어주듯이 구름은 온다 저녁이 되면 오래된 종에서만 주르르 흘러나온다는 물처럼 자신을 넘어버린 울음은 더 이상 자신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누군가의 생가라고 한다 나 혼자 .. 시집 속 詩 2006.09.02
어머니는 아직도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 김경주 사진<유정이>님의 플래닛에서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 김경주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들,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 시집 속 詩 2006.09.02
최초의 사람 / 권현형 사진<andy>님의 플래닛에서 권현형 / [밥이나 먹자, 꽃아] /천년의 시작 / 2006. 최초의 사람 / 권현형 챙이 커다란 청모자를 쓴 아이가 제 동화책 속에서 걸어나와 검정 에나멜 구두로 땅을 두드린다 최초의 사람인 듯 최초의 걸음인 듯 갸우뚱 갸우뚱 질문을 던지며 걸어다니다 집을 나와서는 다시는 .. 시집 속 詩 2006.09.01
모자나무 / 박찬일 사진<보은>님의 플래닛에서 모자나무 / 박찬일 모자가 걸려 있다 중절모 바스크모 빵떡모 베레모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할머니 증조할머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어머니 외삼촌 모자가 걸려 있다 사만 명의 유보트 대원 중 삼만 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삼만 개의 하얀 모자도 걸려 있다 나의 중학.. 시집 속 詩 2006.08.26
쥐뿔 / 최승호 사진<미디어다음 아고라>에서 쥐뿔 / 최승호 쥐뿔, 그곳이 바로 사전의 구멍이었다 나는 뿔쥐들이 그 구멍으로 쏟아져나왔다고 생각한다 (...) 움푹해진 또 다른 마이너스의 내가 虛구렁 저쪽에 존재한다는 이 희미한 느낌 <세속도시의 즐거움> 세계사 1991년 시집 속 詩 2006.08.26
추파춥스/ 이원 사진<미디어다음 아고라>에서 추파춥스 / 이원 교복을 입은 아이가 깨진 보도블록 위에 추파춥스를 빨며 서 있었다 여자아이의 그림자를 차들이 계속해서 짓이기고 지나갔다 한 사내아이가 돌을 던지자 여자아이의 두 다리가 쨍그랑 깨져버렸다 돌 안에서 낯선 발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지만 여.. 시집 속 詩 2006.08.22
이제, 나는 / 김종미 사진<백두대간>님의 블로그에서 이제, 나는/김종미 한 그루 나무처럼 나는 오랫동안 서 있었다 나는, 잎사 귀마다 생각이 고여 너무 무거워졌다. 나는, 그리고 여름 은 너무 끔찍했다 바람이 내 무거운 생각을 뒤집고 뒤집 을 때도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요즈음 내가 서 있는 산중 턱까지도 아파트.. 시집 속 詩 2006.08.20
공터의 행복 / 권정일 사진<미디어다음 포토 갤러리>에서 공터의 행복 / 권정일 나는 보드라운 피부의 황토, 풀풀 날아다니길 좋아했죠 호랑나비, 밀잠자리, 썩은 쥐 뱃속에 집을 마련한 파리, 두루말이 휴지, 도둑고양이들과 친했죠 가끔 나팔꽃과 넝쿨손에게 공짜로 세를 내주고 놀고 먹는 땅백수였죠 어느날 볼륨을 .. 시집 속 詩 200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