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사진<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님의 블로그에서 매 / 윤성학 매받이는 사냥을 나가기 한 달 전부터 가죽장갑을 낀 손에 나를 앉히고 낯을 익혔다 조금씩 먹이를 줄였고 사냥의 전야 나는 주려,눈이 사납다 그는 안다 적당히 배가 고파야 꿩을 잡는다 배가 부르면 내가 돌아 오지 않는다는 것을 꿩을.. 시집 속 詩 2006.07.27
내가 나의 감옥이다 / 유안진<다보탑을 줍다/창비> 사진<프리맨틀 감옥을 둘러보자>님의 플래닛에서 내가 나의 감옥이다 / 유안진 한눈 팔고 사는 줄은 진즉 알았지만 두 눈 다 팔고 살아온 줄은 까맣게 몰랐다 언제 어디에서 한눈을 팔았는지 무엇에다 두 눈 다 팔아먹었는지 나는 못 보고 타인들만 보였지 내 안은 안 보이고 내 바깥만 보였지 눈 .. 시집 속 詩 2006.07.26
화엄 일박 /손택수 사진<신기록>님의 블로그에서 화엄 일박 / 손택수 화엄이란 구멍이 많다 구례 화엄사에 가서 보았다 절집 기둥 기둥마다 처마 처마마다 얼금 송송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그 속에서 누가 혈거시대를 보내고 있나 가만히 들여다 보다가 개미와 벌과 또 그들의 이웃 무리가 내통하고 있을 거란 생각.. 시집 속 詩 2006.07.17
강이 날아 오른다 사진님의 플래닛에서 강이 날아 오른다 / 손택수 강이 휘어진다 乙, 乙, 乙 강이 휘어지는 아픔으로 등 굽은 아낙 하나 아기를 업고 밭을 맨다 호밋날 끝에 돌 부딪는 소리, 강이 들을 껴안는다 한 굽 이 두 굽이 살이 패는 아픔으로 저문 들을 품는다 乙 乙 乙 물새떼가 강을 들어올린다 천마리 만마리 .. 시집 속 詩 2006.07.17
장생포 우체국 사진<아침햇살 이나희>님의 플래닛에서 장생포 우체국 / 손택수 지난밤 바다엔 폭풍주의보가 내렸었다 그 사나운 밤바다에서 등을 밝히고 누구에게 무슨 긴 펴지를 썼다는 말인지 배에서 내린 사내가 우체국으로 들어 온다 바다와 우체국 사이는 고작 몇미터가 될까 말까 사내를 따라 문을 힘껏 .. 시집 속 詩 2006.07.17
달과 토성의 파종법 사진님의 플래닛에서 달과 토성의 파종법 / 손택수 매달 스무여드렛날이었다 할머니는 밭에 씨를 뿌리러 갔다 오늘은 땅심이 제일 좋은 날 달과 토성이 서로 정 반대의 위치에 서서 흙들이 마구 부풀어 오르는 날 설씨 문중 대대로 내려온 농법대로 할머니는 별들의 신호를 알아 듣고 씨를 뿌렸다 별.. 시집 속 詩 2006.07.17
나비, 처음 날던 날 사진<딱따구리>님의 플래닛에서 나비, 처음 날던 날 / 한효정 주민등록증에 붙일 사진을 찍는 날 아참부터 분주한 딸아이 산뜻하게 머리를 다듬고 화려한 날개옷을 고르고 거울 앞에 서서 수없이 많은 표정을 입었다 벗었다 한다 열여덟 해 동안 번데기 안에서 지낸 아이는 성충이 되는데 한 나절.. 시집 속 詩 2006.07.17
초록 거미의 사랑 사진<푸름이>님의 플래닛에서 초록 거미의 사랑 / 강은교 초록 거미 한 마리, 지나가는, 강가의 나를 뚫어지게 쳐 다보고 있었어. 예쁜, 예쁜, 초록의 배, 허공에 엎드려...... 초록거미 한 마리, 눈물 글썽이며 나를 뚫어지게 쳐다 보고 있었어, 저 잠자리를 보아, 비단 흰 실로 뭉게뭉게 감긴 저 잠자.. 시집 속 詩 2006.07.12
러시아 보드카 / 서안나 사진<누더기 보더>님의 블로그에서 러시아 보드카 / 서안나 떠나간 A, 그녀가 가끔 보내오는 편지의 행간에는 러시아식 보드카 냄새가 진하게 묻어있다. 편지의 내용이 경건할수록 밤이면 위축된다는 그녀의 말처럼 내가 한없이 무거워지는 밤들이 계속되었다. 떠나야만 도달할 수 있다는 A의 경.. 시집 속 詩 2006.07.10
너무 많은 날들이 흘렀다 / 서안나 사진<언제나 봄처럼>님의 플래닛에서 너무 많은 날들이 흘렀다 / 서안나 골목 끝을 빠져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을 때 사건은 이미 후반부로 치닫고 있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이 도시를 떠나는 플롯에 포함되어 있었다. 오래된 통조림처럼 잔뜩 상한 그녀의 탈주 계획은 예견된 것이었다. 소.. 시집 속 詩 200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