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설 / 박명자 사진<지나간 시간의 기억들>님의 블로그에서 잔설 / 박명자 지난 밤 여귀가 도망가다가 비단 옷자락이 돌저귀에 걸렸네 그대로 두어라. 한번 움직이면 천리를 내달리려니 애증도 비탄도 그대로 버려두면 스스로 보이잖는 물이 되리라. 겨울저녁 저승같은 산자락에 허연 잔설 그녀 옷자락처럼 펄.. 시집 속 詩 2006.10.16
들소를 추억하다 / 조동범 사진 <사육사가 되고 싶은 김은지>님의 블로그에서 들소를 추억하다 / 조동범 골목길 귀퉁이에 자동차 한 대 버려져 있다 앙상하게 바람을 맞고 있는 자동차는 아직도 보아야 할 무엇이 남아 있는지 죽어서도 눈 감지 못하고 골목길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 초식동물처럼 뼈.. 시집 속 詩 2006.10.14
목격자 / 구석본 사진<다음포토갤러리>에서 목격자 / 구석본 그가 나를 보았다고 한다 내가 홀로 중앙로를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나는 내가 아니라고 했다 그곳을 걸어간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끝내 내가 그곳을 틀림없이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검은 옷을 입은 채 비를 맞으며 걷는 모습이 .. 시집 속 詩 2006.10.13
불찰에 관한 어떤 기록 / 여태천 사진<김병선>님의 플래닛에서 불찰에 관한 어떤 기록 / 여태천 1 지하의 정거장들은 알 수 없는 노선을 따라 순식간에 피었다 졌다 길을 잘못 들었을 때 색은 길을 알려주었다 모든 노선이 색으로 정의된다는 사실을 처음 배운 것이다 레드, 화이트, 블루 열로우, 모든 색은 아주 옛날부터 방향이 .. 시집 속 詩 2006.10.13
저수지에는 슬픈 언어가 산다 / 장인수 사진<동천의 집>님의 블로그에서 저수지에는 슬픈 언어가 산다 / 장인수 아버지 환갑 잔치에 마이크 잡고 노래 불러준 친구 햅쌀 한 가마 짊어지고 노인정에 가서는 노인들과 반말하며 까불던 친구 그래도 노인들이 더 좋아하던 친구 그 날 보름달이 눈을 치떴다 그러자 술에 취한 친구는 바지를 .. 시집 속 詩 2006.10.03
그늘 값 / 이규리 사진<해와>님의 플래닛에서 그늘값 / 이규리 해운대 비치파라솔 한 채 오천 원 멀리서 보면 멜라민 비빔밥 그릇들 엎어놓은 것 같지만 어쨌든 그늘값이다 오천 원 안으로 달짝지근한 몸뚱이들 슬슬 비벼지기도 하는, 그늘을 샀다지만 거기 무슨 경계가 있나 변덕스런 월세방 주인처럼 자꾸 자릴 .. 시집 속 詩 2006.10.03
아름다운 매춘에 대하여 / 박남희 사진<다음파이> 포토갤러리에서 아름다운 매춘에 대하여 / 박남희 벌레의 꿈틀거림에 관한 기억을 난 알고 있어 내 몸을 갉아 먹고 내 몸의 뚫린 구멍 속으로 하늘을 보는 벌레, 그래 나는 분명히 벌레먹은 이파리였어 그런데 너는 누구니? 벌레 먹은 나를 쳐다보다가 내 존재의 밑에서 나를 떠받.. 시집 속 詩 2006.10.03
고래는 울지 않는다/ 마경덕 사진<남촌에 살고 파라>님의 블로그에서 고래는 울지 않는다 / 마경덕 연기가 자욱한 돼지곱창집 삼삼오오 둘러앉은 사내들 지글지글 석쇠의 곱창처럼 달아올라 술잔을 부딪친다 앞니 빠진 김가, 고기 한 점 우물거린고 고물상 최가 안주없이 연신 술잔을 기울인다 이 술집 저 술집 떠돌다가 청계.. 시집 속 詩 2006.09.26
피의 일요일 / 이근화 사진<테레사 사랑>님의 플래닛에서 피의 일요일 / 이근화 스킨헤드族이었고 샤넬의 새로운 모델이었던 그녀가 로마 카톨릭에 귀의 하여 사제의 발걸음을 배울 때, 일요일의 종소리는 열두 시와 여섯 시에 한 번 나는 이 형식을 벗어나서 휴식을 취힐 수 없다 독일式 화이버를 쓴 남자는 일 초 전이.. 시집 속 詩 2006.09.14
푸른 신호등 / 박장호 사진<미디어다음> 포토갤러리에서 푸른 신호등 / 박장호 정신질환의 나와 폐질환의 네가 극장에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본다. 혼자라면 오징어나 씹었을 대사를 우리는 어깨를 맞대고 들썩이며 깔깔대고 웃는다. 공기 속을 떠다니는 우리들의 입김 한 달 만에 만난 두 사내가 왜 극장에 나란히 앉아 .. 시집 속 詩 2006.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