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먹는 밥 / 이진심 서서 먹는 밥 / 이진심 너무 바빠 서서 밥 먹으며 살았다 여물을 집어삼키는 가축처럼 온순하게 이 삶을 씹어 삼켰다 잘 씹히지 않는 밥을 먹을 때도 두 눈을 감았다 고작 서서 밥 먹으려고 하루를 일생처럼 견뎌 내었다 대항하지 않고 투정부리지 않고 찬물에 밥을 말아 씹지 않고 삼켰다 무릎을 끓으.. 시집 속 詩 2006.04.04
갈라터진 흙집 그 문을 열어 세월에 하얀 등을 주렁주렁켜는/문태준 갈라터진 흙집 그 문을 열어 세월에 하얀 등을 주렁주렁 켜는 문태준 대청마루 가득 꽃을 내다거는 누구 소켓을 돌려 하얀 등을 주렁주렁 켜는 누구 가만 보자, 지나치는 내 등뒤에 기억 안에 문득 훅 향기를 밀어 넣는 아카시아, 아카시아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창작과비평, 2000/4) ‘아카시아’.. 시집 속 詩 2006.04.04
245 / 마경덕 245 / 마경덕 235 ……240 245 내 발 245 사이즈 235에 10을 보태니 발이 편하다 치수 10의 의미는 내 몸이 무겁다는 증거, 발목 아치형의 뼈가 가라앉아, 이미 나를 받쳐 든 기둥에 금이 가고 있다는 것 하이힐로 치켜도 흘러내리는 숫자 10 10은 10톤의 무게 처진 몸을 구두 뒤축에 매달아 보지만 금세 발이 내게.. 시집 속 詩 2006.03.29
송악 / 문충선 <'허공' > 문학과 지성 송악 문충성 돌담 구멍 막는 게 아니다 온갖 삶과 죽음이 구멍으로 통하나니 돌담 구멍 끼고 기어오를 때마다 너희들 새파랗게 웃을 테지 꿀을 모아야지 꿀벌들 달콤하게 콧노래 잉잉잉 노오랗게 꽃 피워내나니 비바람 불고 어지러이 눈보라 천지 가득 시커멓게 휘몰아치는 날 무자년 봄날은 피보라.. 시집 속 詩 2006.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