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다음파이> 포토갤러리에서
아름다운 매춘에 대하여 / 박남희
벌레의 꿈틀거림에 관한 기억을 난 알고 있어 내 몸을 갉아 먹고 내 몸의 뚫린 구멍 속으로 하늘을 보는 벌레, 그래 나는 분명히 벌레먹은 이파리였어 그런데 너는 누구니? 벌레 먹은 나를 쳐다보다가 내 존재의 밑에서 나를 떠받치고 있으면서 나에게 살아있느냐고, 살아있느냐고 수없이 나를 흔들어대는 너는,
그날 이후 햇빛은 나에게 선물을 주었어 벌레의 이빨에 갉아먹힌 만큼의 상처와 누군가에게 흔들린 만큼의 시련을 얹어 내 살갗 속에, 녹색의 길 속에 다독이며 별빛의 하늘에 이르는 눈빛을 선사해 주었어
그래 이제 벌레에 대해서 말해주지, 벌레의 끊임없는 꿈틀거림에 관해서, 그 순수한 생의 몸부림에 관해서, 벌레와 함께 해온
내 아름다운 매춘에 대해서, 이미 벌레에게 바친 이 한 몸 나를 갉아먹어도 나는 그가 좋아 난 지금도 밤마다 내사랑 벌레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 내 몸의 뚫린 구멍 속으로 바라보이는 하늘에 대해, 한 순간 반짝이다 사라지는 아름다운 소멸에 대해, 벌레먹은 채로도 아름다운 내 몸에 대해,
그런데 지금도 자꾸만 내 몸을 흔들어대는 너는 누구니?
시집- <폐차장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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