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저수지에는 슬픈 언어가 산다 / 장인수

자크라캉 2006. 10. 3. 14:12
 

 

 

사진<동천의 집>님의 블로그에서

 

수지에는 슬픈 언어가 산다 / 장인수

 

 

아버지 환갑 잔치에 마이크 잡고 노래 불러준 친구
햅쌀 한 가마 짊어지고
노인정에 가서는 노인들과 반말하며 까불던 친구 
그래도 노인들이 더 좋아하던 친구 
그 날 보름달이 눈을 치떴다
그러자 술에 취한 친구는 바지를 내리고
저수지에서 놀고있는 보름달의 얼굴에 오줌을 갈겼다
오줌 멀리 쏘기를 하다가 미끄덩,
그리고는 아직도 저수지에서 붕어들과 살고 있다
물결에 걸려 흔들거리는 녀석의 욕지거리들
달나라 문중(門中)이 된 녀석의 문패
싸물싸물한 물잠자리의 저공 비행
저수지에는 팔 휘저으며 씨팔대던
건달 친구의 언어들이 살고 있다
울음밥을 퍼먹는 개구리들
하얀 지느러미 달고 유영하는 언어(言魚)들
밤새 주둥이를 빠끔거리는 달빛들 

 

 

시집 <유리창> 2006년 문학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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