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고래는 울지 않는다/ 마경덕

자크라캉 2006. 9. 26. 17:23

 

 

사진<남촌에 살고 파라>님의 블로그에서

 

 

 

래는 울지 않는다 / 마경덕

 

연기가 자욱한 돼지곱창집

삼삼오오 둘러앉은 사내들

지글지글 석쇠의 곱창처럼 달아올라

술잔을 부딪친다

앞니 빠진 김가, 고기 한 점 우물거린고

고물상 최가 안주없이 연신 술잔을 기울인다

이 술집 저 술집 떠돌다가

청계천 하류로 떠밀려 온 술고래들

어느 포경선이 던진 작살에 맞았을까

쩍쩍 터진 등 감추며 허풍을 떠는

제일부동산 강가, 아무도 믿지 않는 얘기

허공으로 뻥뻥 쏘아 올린다

뭍으로 밀려난 고래들, 돌아갈 수 없는

푸른 바다를 끌어 와 무릎에 앉힌다

새벽이 오면 저 외로운 고래들

하나 둘, 불빛을 찾아 떠날 것이다

파도를 헤치고 무사히 섬에 닿을 수 있을지...

바다엔 안개가 자욱하다

스크류처럼 씽씽 곱창집 환풍기 돌아간다

 

 

<신발론> 2005년  문학의 전당

 

 

 

 

                                                     마경덕 시인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신발론> 2005년 문학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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