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목공소에서 / 마경덕

자크라캉 2006. 9. 7. 11:55

     

 

사진님의 플래닛에서

 

      공소에서 / 마경덕

 

 

      희고 매끄러운 널빤지에 나무가 걸어온 길이 보인다.  나무는 제

      몸에 지도를 그려 넣고 손도장을 꾹꾹 찍어 두었다. 어떤 다짐을

      속 깊이 새겨 넣은 것일까. 겹겹이 쟁여둔 지도에 옹이가 박혔다.

      생전의 꿈을 탁본 해둔 나무, 빛을 향해 달려간 뿌리의 마음이 물 

      처럼 흐른다.

 

        퉤퉤 손바닥에 침을  뱉는 목공.  완강한 톱날에  잘려지는 등고

      선.피에 젖은 지도 한 장 대팻날에 돌돌 말려 나온다. 죽은 나무의

      몸이 향기롭다.

 

 

       <신발론>  2005년 문학의 전당

 

 

 

마경덕 시인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로 등단

                                                      2006년 시집 <신발론>


'시집 속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의 일요일 / 이근화  (0) 2006.09.14
푸른 신호등 / 박장호  (0) 2006.09.13
불, 달린다 / 윤성학  (0) 2006.09.07
생가/김경주  (0) 2006.09.02
어머니는 아직도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 김경주  (0) 2006.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