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기록>님의 블로그에서
화엄 일박 / 손택수
화엄이란 구멍이 많다
구례 화엄사에 가서 보았다
절집 기둥 기둥마다
처마 처마마다
얼금 송송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그 속에서 누가 혈거시대를 보내고 있나
가만히 들여다 보다가
개미와 벌과
또 그들의 이웃 무리가
내통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화엄은 피부호흡을 하는구나
들숨 날쑴 온몸이 폐가 되어
환하게 뚫려 있구나
그날 밤 누군가 똑똑 팡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털고 일어나 문을 열어젖혔다
창문 앞 물오른 나무들이
손가락에 침을 묻혀
첫날 밤을 염탐하듯 하늘에
뚫어놓은 구멍,
별들이 환한 박하향을 내고 있다
시집 < 목련 전차> 2006년 창비
손택수
1970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고, 경남대 국문학과와
부산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8년 <한국일보> 신춘
문예에 <언덕 위의 붉은 벽돌집> 등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호랑이 발자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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