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너무 많은 날들이 흘렀다 / 서안나

자크라캉 2006. 7. 10. 20:50

 

 

 

                     사진<언제나 봄처럼>님의 플래닛에서

 

 

무 많은 날들이 흘렀다  /  서안나


골목 끝을 빠져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을 때 사건은 이미 후반부로 치닫고 있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이 도시를 떠나는 플롯에 포함되어 있었다. 오래된 통조림처럼 잔뜩 상한 그녀의 탈주 계획은 예견된 것이었다. 소설 시작 부분부터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몇 천개의 태양이 티슈처럼 구겨져 배경으로 버려졌다. 나와 S와 A와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아침이면 부지런히 자신의 일터로 재배치되곤 했다. A의 역할은 나를 늘 번득이는 칼날이 되게 하는 것이었다. 나를 상처로 만들곤 다른 플롯 속으로 사라져 버리곤 했다. 버려진 태양과 도시와 빌딩과 카페와 푸른 초저녁이 주도면밀하게 A를 회상하는 복선으로 설정되곤 했다.

 

                                                   <플롯속의 그녀들> 전문

 

 

 

 

 

 

 

 

 

 

 

 

 

 

 

 

 

 

 

서안나

 

1965년 제주출생.

1990년 「문학과비평」겨울호 시부문 등단.

1991년 「제주한라일보」신춘문예 소설부문 가작.

 현재 한양대학교 박사과정 재학 중.

 현대시」「다층」「시산맥」동인.

 

 시집으로 「푸른 수첩을 찢다」와「플롯속의 그녀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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