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초록 거미의 사랑

자크라캉 2006. 7. 12. 11:21
 
 

                            사진<푸름이>님의 플래닛에서

 

 

 

록 거미의 사랑 / 강은교

 

 

  초록 거미 한 마리, 지나가는, 강가의 나를 뚫어지게 쳐

다보고 있었어. 예쁜, 예쁜, 초록의 배, 허공에 엎드려......

초록거미 한 마리, 눈물 글썽이며 나를 뚫어지게 쳐다

보고 있었어, 저 잠자리를 보아, 비단 흰 실로 뭉게뭉게

감긴 저 잠자리 한 마리를 보아, 잠자리를 그만 죽여버

렸네,

 

  초록거미 한 마리, 지나가는, 강가의 나를 뚫어지게 쳐

다보고 있었어. 잠자리를 그렇게도 사랑했던 초록 거미

한 마리......예쁜, 예쁜, 초록의 배, 허공에 엎드려......

 

  이제 합치리, 없는 날개로 저 거대한 하늘가, 또는 강물

속 어디.

 

<초록 거미에 사랑> 2006년 창비

 

 

강은교

1945년 함남 홍원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연세대 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

했다. 1968년<사상계> 신인문학상에 시 <순례자

의 잠> 등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허무

집> <풀잎> <빈자일기><소리집><붉은 강> <오늘

도 너를 기다린다> <그대는 깊디깊은 강> <벽 속의

편지> <어느 별에서의 하루> <등불 하나가 걸어오

네> <시간은 주머니에 은빛 별 하나 넣고 다녔다>

등이 있다. 제2회 한국문학상(1975)과 제37회 현대

문학상(1992) 등을 수상했다. 현재 동아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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