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밤 막차는 왜 동쪽으로 달리는가 / 김추인

자크라캉 2006. 10. 16. 15:25

 

사진<사무쳐야 하나가 된다>님의 블로그에서

 

 

 

막차는 왜 동쪽으로 달리는가 / 김추인



청량리발 야간열차를 타고 탄더미처럼 쏟아지는 어둠의 층을 덜커덩덜커덩 뚫어내며 달리다 보면
그대 젊은 감성은
밤새의 날카로운 눈빛이 되어 한결 선명해진 시간의 긴 터널을 응시하게 된다

한밤을 내쳐 달려온 빙결의 새벽빛이
바다의 눈동자와 제일 먼저 마주치기 위해
마주친 카랑한 빛살, 반도의 마지막 인가까지 환하게 들어올릴 아침 식탁을 위해

밤 막차는 동쪽으로 레일을 깐다

 

 

시집 : 『모든 하루는 낯설다』/ 김추인/ 세계사 시인선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