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나는, 웃느다 / 유홍준

자크라캉 2007. 1. 29. 21:02

 

                             사진<샌드위치>님의 플래닛에서

 

는, 웃는다 / 유홍준

 

이렇게 파먹힌 얼굴

이렇게 파먹힌 뒤통수로

이렇게 쪼아먹힌 눈 이렇게 갈라진 흉터로

누가 내 뒤통수에 빨간 소독약 묻힌 솜뭉치를 쑤셔넣다 놔둔 거야

누가 내 웃음에 주삿바늘을 꽂아놓은 거야 누가

내 웃음에 링거 줄을 꽂고 포도당을 투약하는 거야

누가 바퀴 달린 이 침대를 밀며 달리는 거야

복도처럼 아득하게 웃는다 미닫이처럼

드르륵 웃는다 하얀 시트가 깔린 이 수술대 위에서

배를 잡고 웃는다 이 흉터 같은 입술

이렇게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흉터같은 입술로, 누가

흉터 위에

립스틱을 바르거야

누가 이 흉터끼리 뽀뽀를 시키는거야

 

- 「나는, 웃는다」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