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좁은 방에는 어둠이 넓네 / 박지웅

자크라캉 2006. 11. 10. 13:28


                                         사진<다음파이>에서

 

은 방에는 어둠이 넓네 / 박지웅

 



  날조된 계약에 서명하던 날부터 그녀의 봉지에는 밑이 없었네 신분증 도장 하나 내 것이 아니었던 수작의 방 주정뱅이와 탕아들 머리 까딱이며 수탉처럼 들락거렸네 사내들은 밤낮으로 딱딱한 증거를 들이밀고 밤꽃 냄새나는 소문은 고향으로 퍼졌겠네 하루에도 세 네 번 몸을 환전한 그녀 빨간 발가락을 보았네 노란 좁쌀처럼 살았네



  개 짖는 밤, 형체 없는 자에게 이름을 묻는 것은 개뿐만이 아니었네 인사가 끝나면 그녀를 뒤집어 놓고 놀았네 그랬네 거북이처럼 뒤집혀 허연 달만 올려보던 그녀. 얼굴을 가리자 그녀는 한결 가벼워 보이네 이곳에서의 죽음은 괜히 쓸쓸하여라 이제 침대 위에 뜨거운 것은 장판뿐 좁은 방에는 어둠이 넓네 어둠이 깊네 그녀 낡은 모포 걸치고 차갑고 긴 어둠 속을 걸어가네 

 

 

 

[풍경 속을 달린다] / 웹 월간 시 젊은시인들2 / 시와사상사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