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떼를 베끼다 / 위선환 사진<자연과 밀리터리> 님의 블로그에서 새떼를 베끼다 / 위선환 새떼가 오가는 철이라고 쓴다 새떼 하나는 날아오르고 새떼 하나는 날아간다고, 거기가 공중이다, 라고 쓴다 두 새떼가 마주보고 날아서, 곧장 맞부닥뜨려서, 부리를, 이마를, 가슴뼈를, 죽지를, 부딪친다고 쓴다 맞부딪친 새들끼리.. 시집 속 詩 2008.01.30
정육점 여주인 / 진은영 사진<부산에 맛집따라 술집따라>님의 블로그에서 정육점 여주인 / 진은영 유리창 밖으로 붉은 눈발 날린다 커다란 칼을 들고 다정한 눈망울로 바라보는 수소를 힘껏 내리치던 때가 있었지, 요즘엔 아무 일도 없다 냉기로 달아오르는 난로 옆에서 그녀는 중얼거린다 천장에 오래 켜놓은 형광등이 .. 시집 속 詩 2008.01.18
나비 / 신용목 사진<알라숑♡깔라숑♡>님의 플래닛에서 나비 / 신용목 건넛집 마당에 자란 감나무 그림자가 골목 가득 촘촘히 거미줄을 치고 있다 허공에 저 감은 실을 뽑은 이는 달빛인데 겨울밤 낙엽 우는 외진 뒷길에 누구를 매달려는 숨직인 고요 기다림인가 섶 기운 보따리로 홀아비 자식을 다니러 오는 다.. 시집 속 詩 2008.01.14
빈터 / 심재상 사진<반쪽의brg>님의 블로그에서 빈터 / 심재상 난데 없는 봉창 하나가 봉창에 걸린 초생달 하나가 바람벽이 끌어안은 그림 하나가 목낫같이 굽은 산길 하나가 길 위의 중늙은이 사내 하나가 사내가 떠메고 가는 지게 하나가 지게 위의 나뭇단 나뭇단 위의 진달래 진달래 위의 호랑나비 한 줌도 안.. 시집 속 詩 2008.01.09
완구점 여인 / 오정희 사진<응애공주>님의 블로그에서 완구점 여인 / 오정희 그날 밤, 나는 죽은 동생의 꿈을 꾸었고 그 후 밤마다 완구점에 들러 오뚝이들을 사 모았다. 그것은 마치 춥고 황량한 나의 내부 에 한 개씩 한 개씩 차례로 등불을 밝히는 작업과도 같은 의미 를 가지고 있었다. 때때로 나는 나의 속에서 끊임.. 시집 속 詩 2007.12.12
지는 꽃에는 향기가 있다 / 홍해리 사진<인생은 오직 지금이야>님의 프래닛에서 지는 꽃에는 향기가 있다 / 홍해리 한겨울 잠든 지붕 아래 밤새도록 도굴한 하얀 뼈 백지에 묻는다 내 영혼늬 그리운 밥상, 따순 뼈와 뼈에 틈색 난다 빛을 내지 못하고 받아들이기만 하는 그대와 나의 살피 그곳에 피어나는 노래 -----영원을 노래하라 .. 시집 속 詩 2007.11.25
기억할 만한 어둠 / 조용미 사진<너와집 나그네>님의 블로그에서 기억할 만한 어둠 / 조용미 그 어둠이 내게 도착했을 땐 늦은 저녁이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어둠을 맞이했다 새들을 놀라게 하지 않고도 새장에 들어가는 마술사처럼 그는 달빛을 밟고 서 있었다 발바닥에 달빛이 하얗게 묻어났다 나는 .. 시집 속 詩 2007.11.13
그 봄비 / 박용래 사진<소금자루의 창고 입니다.. 반갑습니다>님의 플래닛에서 그 봄비 / 박용래 오는 봄비는 겨우내 묻혔던 김칫독 자리에 모여 운다 오는 봄비는 헛간에 엮어 단 시래기 줄에 모여 운다 하루를 섬섬히 버들눈처럼 모여 서서 우는 봄비여 모스러진 돌절구 바닥에도 고여 넘치는 이 비천함이여. <.. 시집 속 詩 2007.10.31
새떼를 베끼다/위선환 사진<미디어다음스포츠>에서 새떼를 베끼다 / 위선환 새떼가 오가는 철이라고 쓴다 새떼 하나는 날아오고 새떼 하나는 날아간다고, 거기가 공중이다, 라고 쓴다 두 새떼가 마주보고 날아서, 곧장 맞부닥뜨려서, 부리를, 이마를, 가슴뼈를, 죽지를, 부딪친다고 쓴다 맞부딪친 새들끼리 관통해서 새.. 시집 속 詩 2007.10.26
혼잣말 /위선환 사진<뭐랄까 ~ cross over ...>님의 플래닛에서 혼잣말 /위선환 나는 더디고 햇살은 빨랐으므로 몇 해째나 가을은 나보다 먼저 저물었다 땅거미를 덮으며 어둠이 쌓이고 사람들은 돌아가 불을 켜서 내걸 무렵 나는 늦게 닿아서 두리번거리다 깜깜해졌던, 그렇게 깜깜해진 여러 해 뒤이므로 저문 길에 .. 시집 속 詩 2007.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