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알라숑♡깔라숑♡>님의 플래닛에서
나비 / 신용목
건넛집 마당에 자란 감나무 그림자가 골목 가득 촘촘히 거미줄을 치고 있다
허공에 저 감은 실을 뽑은 이는 달빛인데
겨울밤 낙엽 우는 외진 뒷길에 누구를 매달려는 숨직인 고요 기다림인가
섶 기운 보따리로 홀아비 자식을 다니러 오는 다 늙은 어미를 노리나
끈 풀린 안전화로 이국의 달력을 찢으러 오는 낯 붉은 사내를 벼리나
건넛집 담에 박힌 소주병 파란 사금파리가 달빛의 낯을 그러 먼 북국에서부터 바람은 차고
달빛이 쳐놓은 허공의 바닥에 오늘은 누구의 울음이 나비처럼 파닥일까
시집 : 신용목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창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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