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빈터 / 심재상

자크라캉 2008. 1. 9. 09:43

 

                                               사진<반쪽의brg>님의 블로그에서

 

 

/ 심재상

 

난데 없는 봉창 하나가

봉창에 걸린 초생달 하나가

바람벽이 끌어안은 그림 하나가

목낫같이 굽은 산길 하나가 길 위의

중늙은이 사내 하나가 사내가 떠메고 가는 지게 하나가

지게 위의 나뭇단 나뭇단 위의 진달래 진달래 위의 호랑나비

한 줌도 안되는 핏덩이가 나아갑니다 피눈물로 범벅이 된 세상 속으로

가뭇없이 사라집니다 아닌 밤중의 홍두께처럼

 

햇살보다 환한 그늘이 눈 아픕니다

 

 

[2003년<넌 도돌이 표다> 문학과지성사]

 

 

<약력>

 

   심재상

- 1955년 강릉에서 출생

- 서울대 사범대 불어과 동대원 불문과 졸업

- 「노장적 시각에서 본 보들레르의 시세계」로 박사학위 받음

- 1995년 계간 『문학과 사회』로 등단

- 1995년 첫시집『누군가 그의 잠을 빌려』를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냄

- 2003년 두번째 시집 『넌 도돌이 표다』를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냄

- 현재 관동대학교 프랑스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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