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응애공주>님의 블로그에서
완구점 여인 / 오정희
그날 밤, 나는 죽은 동생의 꿈을 꾸었고 그 후 밤마다 완구점에
들러 오뚝이들을 사 모았다. 그것은 마치 춥고 황량한 나의 내부
에 한 개씩 한 개씩 차례로 등불을 밝히는 작업과도 같은 의미
를 가지고 있었다. 때때로 나는 나의 속에서 끊임없이 지어지는
고치를 딱딱하게 감각했다.그것들은 혹처럼 무겁게 가슴속에 자
리하고 있었으나, 동그란 오뚝이를 손에 쥘 때 오뚝이의 빨간 막
과 그 껍질이 부딪히는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두 다리를 못 쓰
는 여인과 갖가지 장난감들이 빚어내는 괴괴한 흔들림 속에서
위축되기 쉬운 나의 감정들은 위안을 받는 것이다. 여인은 나에
게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해주었다.
『불의 江』24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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