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너와집 나그네>님의 블로그에서
기억할 만한 어둠 / 조용미
그 어둠이
내게 도착했을 땐
늦은 저녁이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어둠을 맞이했다
새들을 놀라게 하지 않고도 새장에 들어가는
마술사처럼
그는 달빛을 밟고 서 있었다
발바닥에
달빛이 하얗게 묻어났다
나는 그의 발을 들어
하얀 그 냄새를 맡아보았다
찬란하면서도 혼이 없는
어둠은
어린 아이와 어른의 영혼을 합친 것처럼
검게검게 빛났다
시집『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문학과지성사
<감상>
조용미의 스승이었던 故 오규원은 그의 시를 가리켜 그리움과 삶
의 비의에 가닿는 도저한 욕망이 빚어낸 '도상미학'이라
고 명명하고 "그 세계란 얼마나 끔찍한가, 아니, 얼마나 끔찍한 아름
다움인가"라고 적은 바 있다. 이 얼마나 철두철미하고 정곡을 찌르
는 표현인가
2007년 11월 13일(화) 경향신문 한윤정 기자
'시집 속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완구점 여인 / 오정희 (0) | 2007.12.12 |
---|---|
지는 꽃에는 향기가 있다 / 홍해리 (0) | 2007.11.25 |
그 봄비 / 박용래 (0) | 2007.10.31 |
새떼를 베끼다/위선환 (0) | 2007.10.26 |
혼잣말 /위선환 (0) | 2007.10.26 |